[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전성민 기자] 김영기(79) 프로농구연맹(KBL) 총재가 리그 자정을 위해 강력한 제도적 장치라는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영기 총재는 2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KBL 센터 5층에서 프로농구 불법 스포츠도박 및 승부조작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영기 총재는 “진위 여부를 떠나 또 다시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도 참담한 심정이다. 농구팬 여러분께 깊은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프로농구 근간을 해치는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을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실행 방안을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 KBL 김영기 총재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최근 프로농구와 관련된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 의혹에 대한 입장과 대처 방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서울)=곽혜미 기자 |
KBL은 포스트시즌 진출 윤각이 들어난 지난 2월24일 10개 구단에 공문을 발송했다. 일각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기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김영기 총재는 KBL 관련 규약 제 17조(최강의 선수 기용) ‘구단은 공식 경기에 임할 때 최강의 선수를 기용하며 최선의 경기를 하도록 하여야 한다’를 언급했다. 불성실 경기라는 평가 시 심의 대상 경기로 분류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최강의 선수’와 ‘최선의 경기’ 모두 추상적인 개념이다. 더군다나 40분 내내 베스트 5로 경기를 할 수 없는 것이 농구다. 경기 상황에 따라 교체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감독의 권한이다. 객관적인 수치로 이를 절단하기도 어렵다.
리그 자정을 위한 생각은 좋지만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영기 총재는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전창진 KGC 감독에 대한 재정위원회를 소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재정위원회가 열리는 일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전창진 KGC 감독은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로 25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전 감독은 오는 7월1일 2차 소환을 앞두고 있다.
조사 발표가 나지 않은 시점에서 KBL이 감독의 자격에 대한 재정위원회를 여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이에 대해 김영기 총재는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시간이 몇 달 넘게 걸릴 수 도 있다. KBL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
KBL은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 강화 방안으로 6가지를 내놨다. KBL 윤리강령 제정 시행, ‘팬 모니터링’ 제도 도입, ‘연대 책임제’ 도입 검토, 불법 행위 예방 교육 및 홍보 강화, ‘클린 바스켓’ 활성화, 구단별 ‘자정 캠페인 시행’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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