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구라시키) 서민교 기자] “당연하다.” 일말의 고민도 없었다. 한신 타이거즈의 ‘수호신’ 오승환(33)은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의 2015 올스타전 팬투표 1위 소식에 존경의 뜻을 감추지 못했다.
오승환은 지난 7일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 머스캣 스타디움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올스타전에 참가를 한다고 해서 체력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어차피 그 기간에 휴식은 하루밖에 없고 계속 훈련을 한다. 이동거리가 좀 있지만, 그걸로 체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 오승환이 7일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 머스캣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와 한신 타이거즈의 경기에 앞서 훈련을 마치고 들어가고 있다. 사진(日 구라시키)=천정환 기자 |
오승환에게 올스타전은 낯선 무대가 아니다. KBO 리그에서는 9시즌 동안 7차례 올스타에 선발됐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단골손님이 있다. 저물지 않는 별인 이승엽. 올해 역대 최다득표 신기록으로 올스타에 선정됐다. 개인 통산 9번째 올스타전. 올해 불혹의 나이에도 ‘국민타자’로서 이승엽은 건재했다.
오승환은 이승엽의 올스타 팬투표 1위 결과에 크게 놀라지 않는 반응이었다. 당연한 결과라는 것. 오승환은 “승엽이 형이 대단한 선수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번 시즌에는 400홈런 대기록도 달성했다. 팬투표 1위는 당연한 것이다”라고 의심의 여지없이 인정했다.
덧붙여 오승환은 “승엽이 형은 단순히 실력만 대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는 선수이기 때문에 올스타에 1위로 선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일본에서의 8년간 공백에도 KBO 리그 사상 첫 400홈런을 돌파했고, 여전히 나이를 잊은 3할대 타율로 최정상급 타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오승환이 이승엽을 존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람나이’가 아닌 ‘선수나이’였다.
오승환은 “그라운드 위에서 나이는 필요 없다. 유니폼에 이름이 있지 나이가 있지는 않지 않나”라며 “승엽이 형도 대단하지만, (이)호준이 형도 나이와는 상관없지 않나. (임)창용이 형도 지금도 150㎞를 던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듭 “나이는 무의미하다”고 힘을 줘 말했다.
오승환이 ‘선수나이’를 강조한 이유는 또 있다. KBO 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는 나이 조건 때문이다. 오승환은 “일본에서는 선수들의 실력을 본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선수도 지금까지 뛰고 있다”며 “FA 때 나이로 판단해 계약기간을 줄이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을 거쳐 일본 무대에서도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승환은 미래의 이승엽이 될 수 있는 후배다. 모범적인 선수생활과 인격도 빼닮았다. 오승환도 어느새 서른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오승환은 자신의 ‘선수나이’를 얼마나 길게 보고 있을까. ‘이승엽의 뒤를 이을 선수가 아닌가’라는 말에, 오승환은 “난 아직 아니다. 오늘과 내일 경기만 바라보고 뛰고 있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 지난 2013년 삼성 라이온즈 시절의 오승환이 이승엽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