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김기태 KIA 감독의 공언대로 윤석민의 시험 등판은 없었다.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9일 만이었다. 그리고 거뜬했다. 힘차게 공을 던지며 경기를 매조지었다.
7월 둘째 주, KIA를 향한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았다. kt에 3연전을 모두 내주며 4연패 늪에 빠졌다. 선발진의 도미노 현상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분위기였다. 그 가운데 윤석민은 ‘강제 휴무’였다. 투구 감각 차원에서 등판을 고려할 법도 했으나 KIA는 지난 한 주 동안 윤석민을 호출하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은 이에 대한 배경과 함께 소신을 밝혔다. 윤석민 ‘급’의 투수를 투구 감각을 위해시험 등판시킬 뜻이 없다는 것. 팀의 승리를 지키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나 활용하겠다는 이야기다. 즉 팀이 큰 점수 차로 뒤져 패색 짙은 경기에 굳이 내세울 명분과 이유가 없다고 했다. ‘A급’ 윤석민에 대한 존중이면서 ‘마무리’에 대한 예우이자 ‘팀’으로서 자존심이다.
↑ 윤석민이 7일 목동 넥센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KIA의 3-1 승리를 지켰다. 9일 만에 등판에서 시즌 17세이브를 기록했다. 사진(서울 목동)=김영구 기자 |
김기태 감독은 이를 감수하겠다고 했다. 7일 경기에서 KIA가 패했다면, 윤석민의 등판은 없었다. 다소 기나긴 결장이 될 수도 있으나 기본 능력(클래스)을 갖췄다면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불펜 투구를 통해 준비하는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능력과 기회, 감각이 절대적인 상관관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9일 만에 공을 던진 윤석민은 김기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7일 목동 넥센전에 3-1로 앞선 8회 등판했다. 조기 투입이었다. 꽤 오래 쉬었기에 힘이 축적됐다는 판단. 8회가 4번 박병호부터 시작하는 터라, 중간 계투를 한 명 더 넣기보다 윤석민을 앞당겨 쓰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윤석민은 9회 2사 후 대타 박헌도에게 안타 1개를 맞았을 뿐, 아웃카운트 6개를 가볍게 잡았다. 17세이브로 이 부문 단독 선두. 6월 이후 9경기 1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1.50으로 ‘철벽’을 자랑하고 있다.
이날 투구수는 31개(스트라이크 21개-볼 10개). 가장 많이 던진 구종인 슬라이더(14개·최고 구속 142km/h)는
이대진 투수코치도 윤석민에 대해 흡족했다. 이 코치는 “힘이 있어 조기 등판을 했는데 통했다. (최근 등판이 없었지만)능력 있는 투수라 투구 내용도 좋았다. 앞으로도 잘 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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