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지바) 서민교 기자] “잘 나가는 (이)대호 형이라서 이기고 싶었다.”
지바롯데 마린스 우완투수 이대은(26)은 한국을 넘어 일본 최고의 타자로 인정받고 있는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뒤 당차게 말했다.
경기 전 이대호와의 맞대결을 앞두고는 “어떤 볼을 던져도 다 치시는 위험한 타자다. 정말 위압감을 느낀다”고 했던 겸손한 후배의 거침없는 ‘돌직구’였다. 이대은의 솔직하고 당돌한 성격은 현재 불펜으로 변경된 보직에서도 표출됐다.
↑ 11일 일본 지바현 QVC 마린필드에서 열리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지바롯데 마린스의 경기 전 지바롯데 이대은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日 지바)=천정환 기자 |
이대은은 올 시즌 등판한 20경기에서 7승2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6승(1패)은 선발 등판 경기. 올 시즌 초반 9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서다 이후 11경기는 구원 등판하고 있다. 승수는 많이 쌓았지만, 선발 등판 시 5.03으로 높았던 평균자책점을 불펜으로 보직을 옮기면서 4.22까지 낮췄다.
보직 변경 뒤 연이은 호투. 그러나 이대은은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이대은은 “난 다시 선발을 하고 싶다”고 확실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어 “난 미국에서도 선발투수였고 일본에 올 때도 선발투수로 왔다”고 강조했다.
이대은은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 7시즌 135경기 중 121경기를 선발 등판했다. 불펜 경험이 전무하 정도로 전형적인 선발투수가 맞다. 충분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대은이 그럴만한 이유도 더 있었다.
이대은이 갑작스럽게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것은 팀의 필요에 의해서였다. 구원투수 카를로스 로사가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면서 팀 사정상 7~8회를 맡아줄 확실한 셋업맨이 필요했다. 그 대안으로 이대은이 낙점된 것. 당시 오치아이 에이지 지바롯데 투수코치는 “로사가 돌아올 때까지 불펜을 맡아 달라. 이후에는 선발로 다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은은 “사실 갑작스러운 불펜 변경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사실 불펜으로 가기 전에 딱 감을 잡고 있었다. 원래 선발 일정도 잡혀 있었는데…”라며 짙은 아쉬움을 남긴 뒤 “그래도 아직까지는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팀이 원하는 역할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불펜진에 변화가 생겼다. 로사가 1군으로 콜업된 것. 이대은도 다시 선발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대은은 “일단 올스타전 전까지는 불펜에서 뛸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선발로 바뀌지 않으면 내 보직과 관련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강한 어조로 자신의 뜻을 확실히 했다.
하지만 이대은은 불펜 보직 변경 후 얻은 소득도 적지 않다. 이대은은 “선발로 던질 땐 직구만 고집했다. 안 먹혔다. 그래서 불펜에서는 변화구를 많이 섞어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진이 늘어난 이유다.
오치아이 투수코치는 이대은에게 “불펜에서의 경험이 향후 선발로 던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대은도 “나 스스로 위기가 왔을 때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만족했다.
후반기 불펜이 아닌 선발로 나서 155㎞ 강속구를 던지는 이대은을 볼 수 있을까. 이대은은 특급불펜보다 선발을 원하고 있다.
↑ 11일 일본 지바현 QVC 마린필드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지바롯데 마린스의 경기에서 8회초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日 지바)=천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