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기업 이름이 없는 흰색 '민짜 모자'를 쓴 양희영(26)이 투어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US여자오픈 정상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양희영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파70·6천289야드)에서 열린 제70회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1언더파 69타를 쳐 중간합계 8언더파 202타로 단독 선두를 달렸습니다.
1라운드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언더파를 적어낸 양희영은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3타차로 따돌려 2라운드에 이어 이틀 내리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사흘 연속 언더파를 적어낸 선수는 양희영과 루이스 둘뿐입니다.
지난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를 제패해 2013년 KEB-하나은행챔피언십 이후 2년 만에 우승 갈증을 씻어낸 데 이어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기회를 잡았습니다.
호주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낸 양희영은 한때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지만 LPGA 투어에 입문한 뒤 기대보다는 활약이 미치지 못했고 지난 삼성전자, KB금융의 후원을 받다가 작년부터 후원 기업이 없어 로고 없는 모자를 쓴 채 경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3타차 1, 2위로 동반 플레이를 펼친 양희영과 루이스는 접전을 벌였지만 양희영이 뚝심에 앞섰습니다.
루이스가 따라 붙으면 양희영이 달아나고, 양희영이 치고 나가면 루이스가 추격하면서 12홀까지 3타차는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둘은 이날 나란히 보기 3개와 버디 4개를 묶어 1타씩 줄였습니다.
양희영이 13번홀(파5)에서 버디를 뽑아내며 4타차로 달아나는 듯 했지만 14번홀(파4)에서 양희영이 1타를 잃고 루이스가 버디를 잡아내며 2타차로 좁아졌습니다.
그러나 루이스가 17번홀(파3)에서 공격적인 버디 퍼트를 시도하다 3퍼트 보기로 홀아웃하면서 다시 3타차 리드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양희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챔피언조에서 경기하는 것은 대단한 경험"이라면서 "샷을 할 때마다 샷에만 집중했고 내일도 역시 연습한대로 편하게 경기를 치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평균타수 2위, 세계랭킹 3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한국 선수와 맞대결에서 번번이 주저앉아 올해 우승이 없는 루이스는 "좋은 샷으로 양희영을 압박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반격해오더라"면서 "내일도 다를 바 없을 것 같지만 나도 최선을 다해 추격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웠습니다.
한국에서 상금 1위를 달리는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2타를 더 줄여 양희영에 4타 뒤진 3위(4언더파 206타)로 뛰어올라 우승 경쟁에 합류했습니다.
지난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 살롱파스컵을 제패한 전인지는 작년에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바 있어 한국·일본·미국 3개국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는 진기록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전인지는 "오늘 함께 경기한 카리 웨브가 내가 태어난 해에 프로로 전향했다고 하더라"면서 "배운다는 자세로 경기를 하다 보니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몸을 낮췄습니다.
일본 투어 강자 오야마 시호(일본)가 3언더파 207타로 4위에 올랐습니다.
6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두른 최운정(25·볼빅)과 이븐파 70타를 친 박인비(27·KB금융), 이미향(22·볼빅)이 작년 우승자 미셸 위(26)와 함께 공동 5위(2언더파 208타)를 달리는 등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
최운정은 전반 9개홀에서 보가 없이 버디만 6개를 골라내며 29타를 쳐 US여자오픈 9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2013년 대회 때 조디 샤도프 등 지금까지 9홀에서 30타를 친 선수는 5명에 이르지만 29타는 최운정이 처음입니다. 최운정은 18번홀에서 3퍼트 보기를 하는 바람에 대회 18홀 최소타(63타) 타이기록을 아깝게 놓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