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후쿠오카) 이상철 기자] “잘 모르겠다. 그렇게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 프로야구 후반기가 시작된 날, 이대은(26·지바 롯데)에게 팀 내 위상이 달라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더니 손사래를 쳤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발 떨어져 그 주변의 기류를 살펴보면, 달라진 게 느껴지고 보인다. 그의 팀 내 위상은 분명 드높아졌다. 마케팅 가치는 물론 경기력 가치까지.
지바 롯데는 오는 28일 세이부와의 후반기 홈 개막전에 맞춰 이대은 덮밥을 새로 출시한다. 팀 내 인기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데, 지바 롯데 입단 반 시즌 밖에 안 된 이대은이 그 대열에 올라섰다. 게다가 ‘긴급 출시’란다. 시선을 확 끄는 문구다. 지바 롯데는 이후에도 이대은 관련 상품을 차례로 판매할 계획이다.
↑ 지바 롯데는 후반기 들어 2연패를 했다. 완패였다. 자연스레 이대은의 등판도 연기됐다. 그만큼 함부로 쓰지 않는 필승 카드라는 것이다. 사진(日 후쿠오카)=옥영화 기자 |
이대은은 지난달 보직이 변경됐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이동했다. 선발투수로서 평균자책점(5.03)이 지나치게 높았다. 스스로 밝힐 정도로 승운이 따랐지, 내용은 만족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불펜에서 경쟁력을 과시하며 지바 롯데의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이대은은 7월에 6경기를 나섰다. 팀이 뒤지고 있을 때 등판한 건 두 차례(5일 세이부전-11일 소프트뱅크전)였다. 앞서 있을 때가 두 번(2일 라쿠텐전-15일 오릭스전), 팽팽한 균형을 이룰 때가 두 번(3일 세이부전-12일 소프트뱅크전)이었다. 그 4경기에서 이대은은 1승 3홀드를 올렸다.
아무 때나 꺼내는 카드가 아니다.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을 때 출격 명령이 떨어진다. 리드를 지켜야 하는 상황, 즉 큰 위기가 닥쳤을 때 막는 상황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가운데 9경기 10⅔이닝 연속 무실점을 했다. 이대은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가 되고 있다.
21일과 22일 소프트뱅크전은 그 연장선에 있다. 그리고 이대은이 왜 결장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이대은의 몸 상태는 좋았다. 몸도 잘 풀었고, 경기 도중 불펜 투구도 했다. 마운드에 오를 준비는 끝마쳤다. 하지만 지바 롯데는 이대은을 마운드가 아닌 더그아웃에 앉혔다. 패색이 짙어진 경기에 필승카드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바 롯데가 1-4로 뒤진 가운데 7회와 8회 점수를 만회해, 역전승의 희망이 엿보였다면 이대은은 야후오크돔에서 85일 만에 공을 던졌을 것이다. 이대은도 등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바 롯데는 24일 휴식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대은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대은의 마지막 등판은 지난 15일이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끼어있었다고 해도 일주일이 넘었다. 실전 감각을 위해 시험 등판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성은 없다는 것이다. 불펜 연습만으로도 충분히 익힐 수도 있다. 또한,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김기태 KIA 감독이 윤석민의 등판 조건을 언급하면서 ‘급’을 논했듯 이대은도 그런 ‘급’이 되어가는 중이다. 후반기 지바 롯데의 2패와 이대은의 0경기. 이대은의 드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대은의 7월 등판 기록
2일 | 라쿠텐전 | 6회 3-1 | ⅔이닝 무실점 <홀드>
3일 | 세이부전 | 8회 5-5 | 2
5일 | 세이부전 | 7회 1-3 | 1⅓이닝 무실점
11일 | 소프트뱅크전 | 7회 3-5 | 1⅓이닝 무실점
12일 | 소프트뱅크전 | 7회 1-1 | 1이닝 무실점 <홀드>
15일 | 오릭스전 | 6회 7-3 | 2이닝 무실점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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