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캔자스시티) 김재호 특파원] 캔자스시티 시내 근교에 위치한 ‘18번가&바인 역사 지구’는 180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 흑인 문화의 흔적을 담은 역사적인 장소다. 그 곳에 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볼 수 있는 니그로 리그 박물관이 있다.
1990년대 초반 작은 방 하나로 시작한 니그로 리그 박물관은 1997년 지금의 규모로 확장됐다. 재즈 박물관과 한 건물을 같이 쓰고 있는 이곳에는 인종차별의 벽에 막혀 ‘그들만의 리그’를 해야 했던 흔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니그로 리그(Negro League)는 이름 그대로 흑인들만 참가했던 리그다. 1900년대 이후 미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심해지면서 흑인들을 거부하는 팀이 늘어나자 결국 흑인들만의 팀과 리그가 탄생한 것.
↑ 니그로 리그 박물관 입구. 재즈 박물관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美 캔자스시티)= 김재호 특파원 |
니그로 리그는 1920년부터 1948년까지 명맥을 이은 니그로 내셔널리그를 비롯해 이스턴 컬러드 리그(1923-28), 아메리칸 니그로 리그(1929), 이스트-웨스트 리그(1932), 니그로 사우던 리그(1920), 니그로 아메리칸리그(1937-1960) 등 여러 리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여러 리그가 생겨났다 금방 사라진 것에서 볼 수 있듯, 니그로 리그는 그리 좋은 환경에서 진행되지 못했다. 재키 로빈슨의 생애를 다룬 영화 ‘42’에서는 캔자스시티 모나크 선수들이 원정 이동 중 휴게소에서 화장실 이용에 제한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
↑ 박물관 한 가운데 있는 그라운드. 이곳에는 포지션 별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수들의 동상을 세웠다. 관람을 마친 팬들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진(美 캔자스시티)= 김재호 특파원 |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니그로 리그는 재키 로빈슨, 래리 도비, 행크 톰슨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을 배출했다. 마침 미국 사회는 세계 2차대전 이후 흑인들에 대한 인종 차별 의식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에 발맞춰 로빈슨을 시작으로 흑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 니그로 리그 박물관은 명예의 전당과는 차별을 두고 있다. 대신 니그로 리그에 기여한 선수들을 기념하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사진(美 캔자스시티)= 김재호 특파원 |
‘블랙 어치브스 오브 미드 아메리카’라는 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미국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편 갈랐던 어두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 박물관 근처 거리에는 캔자스시티 모나크의 스타 선수였던 벅 오닐을 기념하는 벽화가 있다. 사진(美 캔자스시티)= 김재호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