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두산 베어스 좌완 허준혁은 반짝스타가 아닌 ‘제 2의 유희관’이 될 수 있을까.
허준혁의 선전이 놀라울 정도다. 이제는 미풍 수준이 아니라 돌풍이다. 더스틴 니퍼트의 어깨충돌 증후군 증상으로 선발 기회를 잡은 이후 5경기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80의 질주를 펼치며 로테이션의 한축으로 든든히 자리를 잡았다.
지난 2009년 롯데 2차 3라운드 18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허준혁은 올해 전까지 1군서 거둔 승리가 1승밖에 없었다. 2010년 구원으로 57경기에 나서 1승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28로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이후 2년간 구원 22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2012년 FA 보상선수로 지명, SK로 이적했으나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2013년 2차드래프트로 두산에 건너왔다.
↑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다 니퍼트의 부상 이탈과 유네스키 마야의 퇴출로 갑작스러운 선발 공백이 생긴 6월 중순. 난데 없이 허준혁이 1군으로 올라왔다. 비슷한 시기 앞서 1군으로 올라온 한용덕 투수코치의 적극적인 권유가 배경이었다. 1군 투수코치로 승격되기 이전 한 코치는 2군 총괄코치를 맡아 허준혁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올해 부쩍 잡힌 제구와 밸런스, 운영능력 등을 높이 평가한 한 코치의 강력한 추천이 진흙속의 진주를 건지는 격이 됐다.
허준혁은 이후 3경기서 17⅔이닝 동안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그야말라 ‘신데렐라’와 같이 등장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조차 “저렇게 잘 던질지 몰랐다”며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6월 3경기를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47로 마친 허준혁은 이후에도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5일 넥센전서 6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고,, 24일 NC전서 5이닝을 3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140km 내외의 빠르지 않은 볼을 던지지만, 제구력과 침착한 경기 운영능력, 변화구 구사력이 강점으로 꼽히는 허준혁. 이런 허준혁의 활약은 여러모로 2013년 유희관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니퍼트의 부상으로 임시 선발 기회를 잡은 유희관은 10승7패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아직 그런 유희관과 비교하면 보여준 것이 많지 않은 허준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야구인들로부터 ‘공을 던질 줄 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허준혁을 지켜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on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