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08년 KIA에 입단한 백용환(26)은 군 복무(경찰청)를 마친 뒤에야 1군에 섰다. 그래봤자 지난해까지 73경기 출전. 대부분 엔트리가 확대된 9월 이후였다. 그에게 여름은 남들보다 더 더웠다. 그리고 누구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다르다. 태양보다 강렬하다.
KIA의 1군 엔트리는 열려있었다. 누구든지 이름이 들어갔다가 빠졌다. 하지만 백용환의 차례는 꽤나 늦었다. 지난 6월 30일 광주 한화전을 앞두고 콜업됐다. 시즌이 개막한 지 94일 만이다. 그래도 기다림이 필요했다. 첫 기회가 주어진 건 이틀 뒤였다.
그리고 반전이 펼쳐졌다. 꾸준하게 라인업에 이름이 올라갔다. 18경기 출전. 지난 10일 문학 SK전과 26일 광주 롯데전을 빼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 백용환은 타격 강화를 위해 꺼낸 카드였다. 그리고 그에 응답하고 있는 백용환의 ‘배트’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백용환의 타격은 KIA가 1군에 올린 배경이기도 하다. 무기력증에 빠진 타선을 강화하기 위한 카드였다. 당시 KIA는 두산과 광주 3연전에서 7득점에 그쳤다. 경기당 평균 3점을 못 뽑았다.
백용환의 퓨처스리그 성적은 타율 2할8푼5리 7홈런 39타점. 한방을 갖췄다. 이홍구는 장충고 1년 선배의 투수 리드 능력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백용환도 자신의 경쟁력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엇으로 ‘어필’해야 할지를. 그래서 입버릇처럼 말했다. “더욱 잘 쳐야 합니다.”
한 달도 안 돼 백용환은 존재의 이유를 입증했다. 멈춰가던 KIA 타선에 윤활유가 됐다. 타율 3할1푼1리 6홈런 15타점. 이미 시즌 커리어 홈런 및 타점,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안타도 1개만 더 치면 커리어 하이다.
백용환의 홈런은 6개. 단숨에 팀 내 홈런 부문 5위로 뛰어올랐다. 7월 들어서는 이범호(9개) 다음으로 아치를 그렸다. 이홍구(4개), 브렛 필(3개), 김주찬(0개)보다 훨씬 많이 쳤다.
게다가 영양가 만점이다. 지난 16일 광주 LG전에서 류제국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치더니 23일과 24일에도 홈런을 쏘아 올리며 KIA의 승수 사냥에 보탬이 됐다. 특히, 24일 광주 롯데전에서 9회 끝내기 홈런(3점)을 친 데 이어 6일 뒤 광주 SK전에서도 7회 대타로 나가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날렸다.
잘 치니까 뽑은 카드였다. 그렇기에 잘 쳐야 했다. 그리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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