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은 동북아시아 축구의 현 주소를 파악하는 무대다. 한국의 7년 만에 우승 도전 여부 못지않게 관심을 모은 건 ‘변화된’ 일본이었다.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마치고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불명예 퇴진한 가운데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의 돌풍을 일으켰던 그 ‘마법사’가.
일본은 할릴호지치 감독 체제로 4경기를 치렀다. 튀니지(2-0), 우즈베키스탄(5-1), 이라크(4-0)를 완파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싱가포르전에서는 충격적인 무승부를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 부임 이후 첫 해외 경기였다. 이번 대회를 통해 홈 이점을 잃었다. 여기에 한국, 중국, 북한 등 상대도 일본 입장에서는 까다로웠다. 진짜배기를 상대하는 셈이다. 또한, 유럽파의 이탈로 할릴호지치 감독의 전략과 색깔을 더욱 엿볼 수 있는 장이었다.
↑ 할릴호지치 감독의 색깔이 묻어난 일본은 분명 변했다. 하지만 2일 북한전에서 급격한 체려 적하로 그 효과는 미미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일본은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추가 득점은 쉽게 터지지 않았으나 일본의 공격 전개 과정은 매우 매끄러웠다. 북한의 육탄방어와 골키퍼 리명국의 선방이 없었다면, 승부는 일찌감치 끝날 수 있었다. 전반 12분과 전반 38분, 전반 39분, 전반 44분 결정적인 찬스가 여러 차례였다. 골 결정력에 문제를 드러냈으나, 아시아권에서도 유명한 북한의 질식수비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공격 진영에서는 우사미 다카시(감바 오사카), 나가이 겐스케, 가와마타 겐고(이상 나고야 그램퍼스), 무토 유키(우라와 레즈)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 특히, 선제골을 터뜨린 무토의 부지런한 움직임은 눈에 띄었다. 측면 수비수인 엔도 와타루(쇼난 벨마레)와 후지하루 히로키(감바 오사카)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도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우한의 무더운 날씨 탓도 있을까. 일본은 전반 중반 이후 압박 강도가 느슨해졌다. 유연한 대처보다는 체력 저하가 뚜렷했다. 초반 거센 압박도 역효과를 낳았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가장 강조(압박)하는 게 펼쳐지지 않으니 흐름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더욱이 연이은 추가 득점 실패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후반 들어 경기 양상은 180도 달라졌다.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는 건 파란색 유니폼의 일본이 아닌 빨간색 유니폼의 북한이었다. 하루 전날 여자축구 북일전 같이 후반 30분 이후 승부가 갈렸다. 누가 더 많이 뛰고 더 집중했는가 인데, 북한의 정신력이 더욱 뛰어났다.
일본은 후반 33분과 후반 43분 ‘조커’ 박현일의 고공 폭격을 못 막으며 잇달아 실점했다. 단순히 1명의 장신 공격수 때문이 아니었다. 발이 무거워진 일본 수비수는 북한 공격수를 번번이 놓치며 위기를 자초했다.
일본은 할릴호지치 감독 부임 이래 첫 우승을 노렸을 테지만, 첫 패배를 맛봤다. 그것도 뼈아픈 역전패다. 또한, 할릴호지치 감독의 고유 색깔에 역으로 당했다.
북한의 김창복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가진 인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