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내가 준비돼있으면 그의 공을 쳐낼 수 있다.”
우리는 어린 타자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면서 등을 두드려왔다.
그리고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그 말을 사실로 보여주고 있는 고마운 타자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빅리그’ 투수들의 위력적인 공들을 거뜬하게 받아치면서 강정호는 그보다 두수 쯤 아래로 평가받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준비된 타자’가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 강정호는 그만의 완벽한 타이밍으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다양한 공을 쳐내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단순히 발을 한 번 더 쳐드는 차이가 아니다. 레그킥을 사용하는 스윙과 앞발을 미끄러뜨리는 스윙은 개념과 타이밍이 크게 다른 동작이다. 이 두 가지를 강정호처럼 대범한 비율로 혼용하는 타자들은 흔하게 나올 수가 없다.
참 안 되는 일인데 강정호는 가능한 이유. 그의 몸은 두 가지 스윙 모두에서 치밀하게 계산되고 완벽하게 체득한 적정 타이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미흡한 타자들은 상체가 앞으로 쏟아지는 모습이 잦은데, 강정호는 상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뒷다리(우타자 강정호의 오른 다리)의 견고하고 완전한 활용도 몹시 좋아 보인다. 뒷다리는 강하게 지면을 차면서 스트라이드 구간에서 파워를 생성하는데 일조한다. 강정호는 여기에 더해 스윙을 완결하면서 뒷다리를 투수 방향으로 기울여준다. 끝까지 힘을 실으면서 파워와 타이밍 양쪽에서 톡톡한 역할을 보탠다. 150km 이상의 광속구도 제대로 받아치고 밀어서도 홈런을 만들어내는 강정호의 타격은 그의 단단한 하체와 이 같은 철저한 활용이 뒷받침된 결과다.
강정호의 역동적인 레그킥은 스프링캠프 때 논란을 일으켰던 주제다. 무려 ‘빅리그’의 ‘의문 공세’를 받고도 뚝심 있게 자기 스윙에 집중하면서 스스로의 해법을 보여준
강정호는 준비된 타자였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