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야신’이 ‘지저스’를 외쳤다.
이제 한화 이글스는 오매불망 에스밀 로저스(30·한화)만 기다리게 생겼다. KBO리그 데뷔 2경기 만에 ‘지저스’라는 애칭을 얻었다. 4일 휴식 등판도 길게만 느껴지는 이 불편한 느낌이 도대체 뭘까.
로저스가 한국 무대에 입성하자마자 KBO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기록을 새로 썼다. 로저스는 지각 합류 이후 2경기 연속 완투승 대기록을 세웠다. 데뷔전을 완투승으로 몸을 푼 뒤 두 번째 등판서 완봉승을 장식했다. 2승 평균자책점 0.50을 가뿐히 찍었다.
↑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지난 1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가슴을 치펴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로저스는 여기에 위기관리 능력까지 더했다. 적응력 120%의 에너지 넘치는 친화력까지 보너스. 투자 금액 대비 아깝지 않은 ‘참 착한선수’다.
한화는 말 그대로 ‘천군만마’를 얻었다. 5연패 뒤 4승1패. 연패 스토퍼로 등장한 로저스가 2승을 책임지며 추락하던 분위기를 제대로 끌어올렸다. 최근 3연승이다.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인 5위 수성을 위한 경쟁에서도 파란불이 켜졌다. 6위 SK는 ‘해결사’ 최정의 오른 발목 부상으로 비상이 걸렸다. 최소 4주 이상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한화는 SK를 1.5경기차로 따돌렸다.
로저스 효과는 단순히 한 경기에 그치지 않는다. 로저스의 2연속 완투는 한화 불펜진의 산소호흡기와 같다. 한화는 올 시즌 내내 선발이 약해 불펜을 대거 기용하고 있다. 퀵후크 논란까지 불거질 정도.
김성근 한화 감독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로저스가 5일에 한 번씩 이닝이터 역할을 확실하게 해줄 경우 불펜 운용에 숨통이 트인다. 특히 올 시즌 개인 최다 이닝 투구를 갈아치운 필승조 박정진과 권혁이 숨 쉴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로저스가 등판한 2경기에서 한화 야수들의 집중력도 대단했다. 일단 수비에서 무실책 경기로 로저스의 어깨에 힘을 더했다. 호수비도 속출했다. 타선도 부담을 덜었다. 로저스 등판 경기서 꼭 필요한 4득점씩 올렸다. 지칠 때 나타난 로저스로 벤치 분위기도 살았다.
로저스는 2경기 연속 마운드 위에서 포효를 한 뒤에도 “2연속 완투는 신경 쓰지 않았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의 리드에 따라 던졌을 뿐이다. 단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거만’이란 두 글자를 뗀 메이저리거였다.
4일 휴식 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경우, 로저스의 세 번째 등판은 16일 대구 삼성전이다. 로저스가 두 차례 상대한 LG와 kt는 팀 타율 9, 10위의 최하위 팀. 삼성은 팀 타율 3할의 1위 팀이다. 한국에서는 삼세번의 법칙이 있다. 로저스가 ‘진짜 물건’인지 판단할 최종 평가 무대다.
↑ 완봉승으로 시즌 2승을 거둔 한화 로저스가 경기 종료 후 환하게 웃으며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