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강정호(28·피츠버그)의 수비 포지션은 어디가 적합할까. 선수 자신은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강정호는 지난 7월 20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 도중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가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줄곧 유격수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21경기를 선발 출전했는데 그중 3루수로 출전한 것은 단 두 차례였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초반 강정호에게 수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가끔 3루수로 경기에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그를 유격수 자리에서 제외한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 강정호가 지난 14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원정에서 상대 주자의 태클을 피해 송구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재활 경기에 돌입한 머서와 조시 해리슨이 돌아와 다양한 내야 조합이 가능해지는 9월초까지는 강정호는 어쩔 수 없이 유격수로 출전하는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강정호는 현재까지 메이저리그에서 골드글러브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의 유격수 수비를 하고 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14일까지 강정호의 유격수 수비 필딩율은 0.963, DRS(Defensive Run Saved, 수비로 팀 실점을 막은 지표)는 2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려워하는 요소들-천연 잔디, 타자들의 강한 타구, 주자의 깊은 태클-에도 순조롭게 적응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결국은 강정호가 3루로 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ESPN’ 칼럼니스트 짐 보우든은 지난 13일 스카우트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유격수를 보기에는 수비 범위가 좁다”며 그가 결국에는 3루수로 뛰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정호는 3루수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딩율 0.971 DRS 4다. 지표는 유격수보다 더 좋다. 아직까지는 3루수로 뛴 경기가 더 많다. 한국에서 3루를 본 경험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적응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강정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지난 14일 세인트루이스 원정을 마친 뒤 만난 자리
기회만 주어진다면, 수비 위치는 어디든 연연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유격수로도, 3루수로도 모두 성공을 경험한 그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