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마이애미에 위치한 ‘리틀 하바나’ 거리의 모습. 거리 곳곳에 그려진 익살스러운 벽화가 관광객에게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
누구보다도 ‘사람 내음’에 민감한 소설가들에게 ‘카리브해의 진주’ 쿠바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쿠바 혁명이 일어나 1960년 미국으로 추방당하기 전까지 7년 가량 쿠바에서 머물며 석양과 칵테일을 즐기기도 했다.
쿠바가 미국과의 국교를 단절하면서 ‘최후의 지상 낙원’으로 여겨졌던 쿠바에 대한 동경 때문일까. 미국, 특히 쿠바와 가까운 곳에는 쿠바 분위기가 물씬 나는 거리가 차츰 생겨나기 시작했다.
미국 동부 해안에 위치한 도시 중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마이애미. 미드 ‘CSI:마이애미’ 시리즈의 인트로 장면에서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해변으로 더욱 친숙한 마이애미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발전하는 미국의 모습과 쿠바 해안가에 온듯한 착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이애미 남쪽에 위치한 ‘리틀 하바나’ 거리.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분위기가 온몸에 감돈다.
흥겨운 라틴 음악과 달콤한 과일 향기. 그리고 노천 카페에 앉아 여유있게 시가와 모히토를 즐기는 중년의 신사…. 리틀 하바나 거리에서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모습이다. 처음보는 외지인에게도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여유야말로 헤밍웨이를 비롯한 많은 소설가들이 사랑하고 동경했던 쿠바의 모습일 것이다.
거리 곳곳에 그려진 익살스러운 벽화는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목재 테이블이 식당 곳곳에 깔려 있는데, 이곳의 목재 테이블만큼은 마치 시간을 거스르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추억의 깊이를 더해준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쿠바 음식 역시 이곳에서는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기름에 튀기거나 구운 바나나, 달콤한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과일 소스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여기에 모히토 한 잔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여기서 한 가지 포인트. 사실 모히토는 도수가 만만치 않은 술이다. 국내에서는 많은 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도수를 크게 낮췄다고 하지만 ‘오리지널 모히토’는 독주로 꼽히는 럼을 베이스로 해서 만드는 만큼 홀짝홀짝 계속해서 마시다보면 금세 취한다.
쿠바 특유의 여유가 감도는 곳이지만 이곳에도 말 못 할 아픔이 있다.
이 곳에 머무는 쿠바 출신 주민들 대부분이 수십년전 모국에서의 정치적 박해나 경제적 고충을 견디지 못해 미국행을 택한 이들이다. 지난 해 12월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회복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본토 하바나’에 거주하는 쿠바인들이 “쿠바 국민들에게 ‘산소’를 들이키게 해주는 것과 같은 조치”라고 환영한 반면 이곳에 머무는 쿠바 주민들은 ‘오바마 정부는 겁쟁이’라는 구호와 함께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흐린 날 이곳을 찾으면 평소와는 다른 우수에 젖은 분위기가 감돈다. 조국을 떠난 쿠바인들이 리틀 하바나를 비롯해 마이애미에 주변에 머물며 느끼는 아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이애미가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쿠바의 여유와 화려한 도심이 공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틀 하바나 거리를 벗어나 도심 속으로 들어오면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클럽 거리가 관광객들을 반긴다.
낮에는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해안가는 밤이 되면 더욱 화려하다.
눈부신 조명과 함께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시간을
[미국 마이애미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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