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이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감동의 야구를 펼쳐 보이고 있는 그의 부상은 많은 팬들의 걱정을 샀지만, 다행히 열흘 만에 돌아와 다시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 햄스트링 부상으로 열흘동안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삼성 이승엽은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서 복귀하자마자 3안타를 때려내며 팀의 12-2 대승을 이끌었다. 사진(잠실)=곽혜미 기자 |
햄스트링 부상은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단계는 근육의 20~30% 정도 손상으로 복귀까지 약 2~3주 정도 필요하다. 근육의 40~60% 정도가 손상된 2단계는 약 4~6주의 복귀 기간이 소요되며, 3단계는 근육의 70% 이상이 손상된 경우로 2~3개월 정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열흘 만에 돌아온 이승엽은 다행히 1단계 이하의 경미한 통증이었던 듯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햄스트링 부상은 빠르게 달리는 육상선수, 축구선수들에게 자주 생기는 것인데 왜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인 이승엽까지 괴롭히게 됐을까.
이는 햄스트링을 다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상당히 다양한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햄스트링 부상은 선수 개인 근육의 생김새, 유연성 부족, 골반의 불균형 및 코어의 안정성 부족, 피로의 누적, 과거의 햄스트링 부상경험, 또는 준비 운동이 부족했을 때나 허벅지 앞과 뒤의 근력에 불균형이 생겼을 때, 햄스트링 최대근력이 부족할 때 등에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승엽 같은 파워히터의 경우, 스윙 스피드도 햄스트링 부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햄스트링(허벅지 뒤쪽)은 골반의 아래쪽에 붙어 있는 근육이다. 스윙을 할 때 앞쪽(왼손타자 이승엽의 오른쪽) 햄스트링이 강력하게 회전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큰 힘이 들어가게 된다. 올시즌 타격 상승세인 이승엽이 배트 스피드가 빨라져 홈런과 장타가 많아지면서 오른쪽 햄스트링에 스트레스가 쌓였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때론 지나친 의욕과 성실함 역시 햄스트링 부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햄스트링은 잘 하고자 하는 마음에 너무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면서 몸에 피곤이 누적돼 다칠 수도 있는 부위다. 많은 훈련량이 좋은 기술을 만들기는 하지만. 특히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양적인 훈련 강도보다 몸이 건강하게 버텨낼 수 있는 질적인 훈련강도를 높이는 방법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서 일하면서 삼성 류중일 감독의 소신을 지켜봤다. 부상 중인 선수를 게임에 출전시키지 않는다는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는 사령탑이었다.
아픈 선수를 게임에 내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고 쉽게 들리는 말이지만, 매일 매일의 승부가 절실한 현장의 프로야구 감독에겐 상당히 힘든 결정이다.
이렇게 기다려 주는 감독과 함께 권오경 트레이너, 김현규 트레이너 등 풍부한 경험과 선진 기술을 가진 트레이너 진용을 갖춘 삼성에서는 선수들이 부상했을 때 완전한 회복 후의 복귀, 건강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삼성이 4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의 통합 우승을 달성한 강한 구단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으리라 생각해본다. (김병곤 스포사피트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