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참 얄궂은 9회였다. LG 트윈스 선발투수 우규민(30)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팀은 극적인 9회말 끝내기 승리로 열광했으나 우규민의 시즌 8승은 허무하게 날아갔다.
우규민은 22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100개를 꽉 채우며 2실점만 했다.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을 기록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호투를 펼쳤다.
우규민은 위기의 순간마다 내야땅볼을 유도,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며 꾸준히 이닝을 잡아먹었다. 호수비도 돋보였다. 6회초 중견수 임훈의 다이빙캐치에 감사의 인사를 하며 시즌 8승을 꿈꿨다.
↑ 22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5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선발 우규민이 넥센 박동원을 볼넷으로 진루시켜 주자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우규민이 긴장한 듯 땀을 닦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LG의 세 번째 투수 임정우는 9회초 선두타자 윤석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 2개. 여기서 치명적인 실책이 나오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이택근이 임정우의 초구를 노려 3루 쪽으로 기습번트를 댔다. 임정우가 여유있게 잡아 처리해도 되는 상황. 하지만 임정우가 타구를 흘렸다. 이날 경기 첫 실책이었다.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위기 상황에 몰리자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나섰다. 김하성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2루수 손주인이 타구만 보고 앞으로 뛰어나오다 1루 대주자 유재신과 충돌했다. 흔히 볼 수 없는 장면. 병살 기회는 날아갔으나 유재신의 수비 방해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보탰다.
봉중근은 박헌도에게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맞았다. 오지환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상황.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오지환이 뚝 떨어지는 타구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뒤로 흘렸다. 결국 봉중근은 서건창에게 동점 좌전 적시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우규민의 시즌 8승이 허무하게 사라진 순간이었다. 봉중근도 수비 실책이 겹치며 세이브를 놓쳤다.
그러나 한 번 더 반전은 있었다. LG는 3-3인 9회말 극적으로 끝냈다. 넥센 마무리 손승락을
얄궂은 9회 운명에 우규민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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