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의 마운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마무리 투수 봉중근(35)이 ‘수호신’ 타이틀을 내려놓고 선발로 전격 전환한다.
시즌 도중 예상치 못했던 핵심 보직 이동의 소용돌이. 과연 LG는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었나. 현재로서는 무주공산이다. 당장 남은 시즌부터 비상이 걸렸다.
LG는 24일 봉중근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다. 봉중근의 깜짝 2군행 이유는 보직 이동을 위한 포석. LG 구단 관계자는 “봉중근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2군에서 선발 전환 수업을 받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지난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2015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봉중근이 경기 전 훈련에 앞서 이동현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봉중근이 떠난다. LG의 마무리 자리는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갑작스러운 봉중근의 전력 이탈은 당혹스럽다. 준비 과정 없이 대안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당장 올 시즌은 셋업맨 이동현이 마무리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동현은 올 시즌 초반 봉중근이 부진했을 때 마무리로 나서 뒷문을 지켰다. 이동현은 올 시즌 49경기에 등판해 5승4패 10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 중이다. 구위와 경험을 놓고 보면 이동현은 마무리로 보직 이동을 해도 가장 믿을만한 투수다.
이동현으로 올 시즌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내년부터는 이동현도 보장할 수 없다. 이동현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하지만 LG와 재계약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동현은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1년부터 LG 유니폼을 입은 뒤 줄곧 LG에서 뛰며 헌신했다. 통산 558경기에 등판해 무려 776⅓이닝을 소화하며 44승36패 98홀드 32세이브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개인 통산 100홀드 대기록까지는 2홀드만 남겨뒀다.
예비 FA인 이동현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LG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중간투수로 남고 싶다. LG에 뼈를 묻을 운명”이라고 했다. ‘LG맨’으로서 갖는 당연한 애착이다.
하지만 FA는 아무도 모른다. 구단의 대우에 따라 마음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 특히 이동현은 그동안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신연봉제의 피해자였다. 늘 서운한 감정을 억누르고 계약서에 사인을 해왔다. 올해 연봉 3억원. 수년 전에 받아야 할 금액을 LG 입단 15년차가 돼서야 받았다. LG에 헌신한 충분한 가치에 대한 대우가 없다면 이동현이 정이나 의리로 남아야 할 이유는 없다.
또 다른 대안은 정찬헌이다. 양상문 감독은 정찬헌을 봉중근의 뒤를 이을 마무리 투수로 낙점하고 필승조로 키웠다. 하지만 시즌 도중 음주운전 사고로 징계를 받고 자숙 중이다. 올 시즌을 조기 마감하면서 마무리 수업이 부족했다. 필승조의 핵심으로 자리
봉중근의 선발 전환은 모험수다. 선발진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도 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구원투수가 선발로 복귀해 성공한 사례가 적다. LG는 마무리 공백의 후유증이 더 커질 수 있는 현실적 과제를 또 하나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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