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우리 때문에 (5위 싸움이)재미있게 됐어.” 기나긴 7연패 터널을 빠져나온 뒤 김성근 한화 감독의 발언이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7경기 중 3,4승만 했어도 충분히 4위 자리마저 넘볼 수 있었다며. 그런데 그 재미마저 주고 있는 ‘설계자’가 있다. 한화가 아니라 KIA다.
4연승을 하며 5위를 지키던 한화는 지난 13일 넥센전부터 내리 7경기를 졌다. 그리고 순위표는 더욱 뒤죽박죽이 됐다. 혼전 양상이다. 한화와 SK가 내림세인 반면 KIA와 롯데가 오름세를 탔다.
그런데 KIA의 상승곡선이 꽤 길어지고 있다. KIA는 8월 들어 12승 9패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5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팀(한화, 롯데, SK)과 전적이 눈에 띈다. ‘승차 2경기’짜리의 외나무다리 맞대결에서 6승 2패를 기록했다.
압도적인 우세다. 마운드의 힘을 앞세웠다. SK는 이달 들어 KIA를 상대로 28이닝 동안 2득점에 그쳤다. KIA전 21이닝 연속 무득점 중이다. 기복 심한 타선도 터져야 할 때는 확실히 터졌다. 2점 차 이내 승리가 5번이었다.
↑ KIA는 25일 SK를 1-0으로 꺾고 4위 넥센과 승차를 2.5경기로 줄였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KIA는 지난 12일 두산전 이후 11경기에서 7승 4패를 올렸다. 이 기간 연패는 딱 한 번. 어쩌면 가장 힘겨운 고비였을 테지만 이겨냈다. 행운도 따랐는데 이를 콱 움켜잡았다.
KIA는 지난 25일 SK를 연장 끝에 꺾었다. 비디오 판독 승부수로 결승 득점을 뽑았다. 한화에 0.5경기 차까지 쫓겼던 KIA는 간극을 2경기로 벌렸다.
KIA는 또 다른 유리천장 깨기에 도전한다. 5위, 한 자리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게 좀 더 폭넓게 됐다. 전쟁이 확산된 셈이다. ‘절대 유리천장’이었던 4위 넥센을 위협하고 있다. 한화가 꿈꿨던 그 싸움을.
KIA는 4위 넥센과 승차를 2.5경기 차로 줄였다. 위나 아래나 큰 차이가 없다. KIA가 언제든지 한화, 롯데, SK에 따라잡힐 수 있지만, 언제든지 넥센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 넥센이 3연패로 미끄러졌지만, KIA가 그만큼 올라갔기에 가능했다. 5위뿐 아니라 4위 자리도 불똥이
넥센과 KIA는 오는 29일과 30일 광주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현재 같은 페이스가 이어질 경우, 8월이 끝날 때쯤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KBO리그의 순위 다툼을 새로 설계하고 있는 KIA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