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서민교 기자]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33)가 올 시즌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경기 도중 대타로 출전한 뒤 다음 수비 때 곧바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폭스는 26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선발에 제외됐으나, 2회말 대타로 경기에 나선 뒤 우익수로 뛰다가 6회초 수비 때 포수 마스크를 썼다. 폭스가 올 시즌 포수로 출전한 것은 처음이다.
폭스는 이날 한화가 포수 엔트리로 등록한 조인성과 정범모가 모두 교체되면서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섰다. 깜짝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폭스는 예전부터 포수 훈련을 해온 준비된 포수였다. 포수 장비도 한화 구단에서 준비해 놓고 있었던 자신의 것이었다.
↑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폭스가 김성근 감독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결국 대기 중이던 폭스가 마스크를 썼다. 폭스는 한화의 다섯 번째 투수 김민우와 첫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훌륭했다. 과감한 리드에 안정감도 대단했다. 폭스가 마스크를 쓴 이후 6, 7회 연속 삼자범퇴. 삼진도 4개나 잡아냈다. 한화는 폭스가 포수를 맡기 전 무려 8실점으로 패색이 짙었다.
폭스는 8회초 잠시 흔들렸다. 선두타자 김상수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도루를 허용했다. 도루 저지를 위해 힘껏 송구를 했으나 빗나갔다. 하지만 이후 삼진 2개를 엮으며 실점 없이 8회를 마무리했다. 이어 9회초 2사 1, 2루서 대타 이지영에게 9-9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으나 이후 권혁과 호흡을 맞추며 2사 만루 위기를 넘겼다. 폭스는 권혁을 안정적으로 리드하며 연장 10회초 무사 1, 2루 위기까지 막아낸 뒤 11회초 1사 1루서 박한이의 2루 도루 저지까지 하는 놀라운 송구 능력까지 선보였다. 든든한 안방 지킴이었다.
폭스는 수비 뿐 아니라 타석에서도 놀라운 반전을 선보였다. 한화가 매섭게 추격을 하면서 8-8 동점을 만든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삼성의 안지만을 상대로 좌중간 펜스를 넘기는 역전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1회초에만 5실점했던 한화가 9-8로 경기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이후 폭스는 9-9 동점을 이룬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우중간 펜스를 때리는 대형 2루타를 터뜨려 기회를 열었다. 하지만 결정적 끝내기 순간 주루는 아쉬웠다. 1사 1, 3루 찬스서 김회성의 스퀴즈 번트 때 3루에 있던 폭스의 스타트가 늦어 태그아웃을 당하며 끝내기 득점 기회를 날렸다.
하지만 한화는 연장 11회말 2사 1, 2루 찬스서 김태균이 난타전 연장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박근홍을 울리며 10-9 짜릿한 끝내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폭스는 이날 역전 홈런과 결승 득점을 포함해 6타수 4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극적인 10-9 9회말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폭스가 영웅으로 떠오른 날이었다. 폭스와 함께 전날(25일) 선발 등판 예정이었던 김민우도 4⅔이닝 1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쳐 폭스와 환상의 짝꿍을 이뤄냈다.
폭스는 메이저리그 포수 출신이다. 지난 2003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73순위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될 당시 포지션이 포수였다. 이후 내야수와 외야수를 모두 경험한 이색 경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는 한화 에스밀 로저스와 배터리 호흡을 맞춘 경력도 있다. 폭스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이 포수라고 말할 정도로 어색하지 않은 포지션이다.
5위 경쟁이 치열한 시즌 막판 한화는 또 한 명의 든든한
한편 폭스는 역대 외국인 선수로는 세 번째 포수 마스크를 쓴 선수다. 지난 2004년 한화 소속이었던 엔젤 페냐가 4월24일 대구 삼성전에서 외국인 최초로 한 경기 출장 기록을 남겼고, 지난해 넥센의 비니 로티노가 20경기에 포수로 출전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