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역시 불운의 사나이였다. 꼬박 78일 동안 웃지 못했다. LG 트윈스 선발투수 류제국(32)이 잘 던지고 또 울었다.
류제국은 올 시즌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18경기 등판 경기서 단 3승(8패)밖에 얻지 못했다. 마지막 선발승은 지난 6월1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올 시즌 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고개를 숙인 것만 6번이었다.
이날도 마찬가지. 류제국은 시즌 10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경기서 승리를 놓쳤다. 13경기째다. 류제국은 27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지며 안타를 단 3개만 내주고 1실점했다. 볼넷 2개, 삼진 4개를 더해 SK 타선을 잠재웠다. 류제국은 최고 구속 147㎞의 속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안정감 넘치는 호투를 선보였다.
↑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 경기에서 LG 선발 류제국이 4회초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류제국은 2회를 삼자범퇴로 넘기며 안정을 찾았다. 3회 1사 2루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으나 연속 범타 처리. 4회 삼자범퇴 이후 5회 2사 2루서도 김성현을 외야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LG 타선도 모처럼 지원을 했다. LG는 2회말 SK 선발투수 메릴 켈리를 상대로 선취 2점을 뽑아냈다. 1사 후 오지환의 2루타에 이어 유강남의 사구, 손주인의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낸 뒤 임훈의 볼넷과 정성훈의 헤드샷 출루로 밀어내기 추가 득점을 올렸다.
2-0으로 리드를 잡을 잡은 투수전. 류제국은 6회 아쉽게 첫 실점을 했다. 선두타자 브라운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것이 뼈아팠다. 이명기 타석 때 폭투로 브라운을 2루까지 보낸 뒤 이명기를 2루수 땅볼로 잡아냈지만, 브라운이 3루까지 안착했다. 이어 최정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류제국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정의윤을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 6회까지 2-1 리드를 지켜냈다.
이젠 불운을 떨치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선발 전환으로 뒷문이 불안해졌다. 하지만 LG 불펜은 강했다. 윤지웅과 신승현이 원 포인트 릴리프로 나서 두 타자를 요리한 뒤 이동현이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일찍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막아냈다.
불운의 그림자는 8회초 찾아왔다. 실책 2개. 류제국의 승리가 날아난 결정적 숫자다. 이동현이 브라운에게 2루타를 맞았다. 우익수 이진영의 실책 뒤 오지환, 히메네스로 이어지는 중계 플레이는 좋았다. 최초 심판 판정은 아웃. 하지만 합의판정 결과 세이프로 번복됐다. 이어 이명기의 3루수 앞 땅볼도 히메네스의 실책으로 살았다. 이동현 대신 마운드에 오른 임정우가 최정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LG는 8회 SK에 2-3으로 역전을 당하면서 류제국의 승리도 함께 날아갔다. 류제국은 눈부신 호투에도 불운의 꼬리표는 떼어내지 못했다.
↑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 경기에서 LG 선발 류제국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