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한 자리를 66년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950년 이후 지금까지 다저스 중계를 맡고 있는 빈 스컬리(87)는 아흔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컬리의 이러한 모습은 30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원래 이 기자회견은 현지 시각 오후 2시에 시작될 예정이었고, 스컬리는 이보다 약 2분 늦은 2시 2분경 기자회견실에 들어섰다.
그는 기자회견장 자리에 앉자마자 사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101번(다저스타디움 인근을 지나는 고속도로로 상습 정체로 악명이 높다) 도로가 꽉 막혔다. 뭔가 사고가 난 거 같다. 늦어서 정말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 빈 스컬리가 30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
스컬리는 다저스 중계진으로 구단 소속 직원이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이 신분을 잊지 않은 모습이었다. 타임 워너의 중계권 획득 이후 줄곧 논란이 되고 있는 중계 문제에 대해서도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전혀 없다”며 말을 아꼈다.
2016년이 자신의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 그는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면 계획을 바꿀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정상에서 나간다’, 혹은 ‘바닥에서 나간다’ 이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면서 “우승을 하면 행복하겠지만, 그것은 팀이 해낸 일이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구단의 성적은 프런트와 선수단이 해낸 것이지, 자신이 이룬 것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철저한 프로 의식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생각이다.
그는 ‘66년간 다저스의 목소리를 맡아왔다’는 표현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내가 방송을 시작한 것은 1950년이었지만, 그때 나는 보조 역할에 불과했다”는 게 그 이유.
“신에게 ‘제발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빌었다. 당장 다음 날을 기약할 수 없는 형편없는 신인이었다”며 1950년 베로비치에서 처음으로 중계를 맡았을 때를 회상한 그는 자신은 선임자들의 뒤를 이어 역할을 이어받은 것에
열한 살 때 신문 배달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그는 애써 과시하지 않아도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서 프로다운 모습이 묻어났다. 그에게 87이라는 나이는 정말로 숫자에 불과했다. 스컬리는 이날도 늘 그랬듯, 시카고 컵스와 다저스의 경기를 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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