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윤진만 기자] 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휴식 시간인데도 최진철 U-17 대표팀 감독은 양 손을 허리에 올려두고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한참동안 서있다. 경기를 뛴 선수들이 모두 터널 안으로 빠져나간 뒤에도 한동안 얼음 모드다. 뒷모습만 보고도 시커멓게 타들어간 그의 속마음을 가늠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일 밤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2015 수원 컨티넨탈컵 국제 청소년(U-17) 국가대표 축구대회’ 전반전에서 U-17팀은 시종일관 상대에 끌려 다녔다. 스코어 1-1은 전반 경기 내용을 반영하지 못했다. 3분 운 좋게 선제골을 넣은 뒤로 속도감 넘치는 나이지리아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실점을 선방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전반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경기장 위 선수들과 벤치의 최진철 감독 모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승우와 장결희가 드리블하는 시간과 횟수가 늘어났다. 이 얘기는 공격 작업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4명의 미드필더까지 수비에 에너지를 쏟아 붓다 보니 공격시 이승우 주변에 동료의 숫자가 부족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이승우일지라도 2~3명은 제칠 지언정 모든 수비를 벗겨내지는 못했다.
↑ 나이지리아 수비수를 피해 드리블 돌파하는 이승우.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전반이 이대로 끝난다 해도 후반 45분이 여전히 남았지만, 지금 변화를 주지 않으면 더 힘들어지리라 직감한 듯 최진철 감독이 움직였다. 42분 공격수 이상헌을 빼고 차오연, 추가시간에는 라이트백 박대원 대신 황태연을 투입했다. 규정상 10명까지 교체가 가능하지만, 후반에는 교체 횟수가 3회로 제한되어 있어 서둘러 두 명을 교체했다. 전반 종료 후 선수가 모두 빠져나가 뒤 최 감독은 코치를 불러 모아 3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시간을 가졌음에도 대표팀은 후반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손에 든 수첩을 위 아래로 세차게 흔드는 행위, 양 팔을 아래로 길게 뻗어 손바닥을 경기장 쪽으로 향하게 하는 제스처를 보건대 최 감독 입장에선 후반전에도 그리 만족스러운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중인 것 같았다. 11분 예리한 공간 패스에 이은 이승우의 단독 돌파로 경기를 통틀어 가장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긴 했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주도권을 넘겨줬다. 장결희는 경기 시작 65분 만에 벤치로 물러났다.
↑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의 수원컵 1차전은 1-1 무승부로 끝났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수비 진영에서 상대 뒷 공간을 노린 롱패스, 측면 수비수의 오버래핑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하지만 상대에게 수를 읽힌 전략은 상대를 위협할 수 없었다. 후반 35분 이승우의 헤딩슛이 빗나갔다. 10분 뒤 아쉬움만 남긴 채 경기가 끝났다.
수원 컨티넨탈컵은 오는 10월 U-17월드컵에 참가하는 네 팀이 자웅으로 겨루는 대회다. 겉보기에 친선전이지만, 세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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