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서민교 기자] “KBO는 왜 그렇게 경솔하게 하나?”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이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청주구장 더그아웃에 설치된 CCTV 모니터 사용금지 결정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 하지만 김 감독이 정작 KBO의 반응에 예민하게 대응한 부분이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지난 3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전날(2일) 청주 KIA 타이거즈전 경기 도중 불거진 CCTV 모니터 논란에 대한 KBO의 즉각적인 사용금지 결정에 격분했다. 김 감독은 “KBO는 신중하게 조사를 했어야 했다. 함부로 막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왜 그렇게 경솔하게 하나”라고 일갈했다.
↑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청주구장 CCTV 모니터 논란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KBO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대전)=김영구 기자 |
KBO의 결정은 지극히 규정에 입각한 것이었다. 야구규정 제26조에 따르면 ‘경기 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감독·코치·선수·구단 직원 및 관계자의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의 사용을 금지한다. 경기 중 구단 직원 및 관계자는 위 장비를 사용하며 감독·코치·선수에게 그 경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구단은 경기장 밖의 센터 후방 및 기타 장소에서 망원 카메라, 특수 장비가 장착된 카메라 또는 비디오카메라 등으로 상대 배터리의 사인 촬영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O의 결정은 ‘사인 훔치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다. 단지 야구규정 위반에 따른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 것뿐이다. 더그아웃 내 설치된 ‘전자기기’ 자체가 위반이다.
게다가 청주구장의 더그아웃 내 설치된 CCTV 모니터는 충분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더그아웃에서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청주시에서 편의상 설치해 놓은 것이다. 사실상 상대 더그아웃이나 포수의 사인을 알아볼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조이스틱으로 방향 및 줌업 조정이 가능해 악용될 소지가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김 감독도 KBO의 결정에 예민하게 반응을 할 이유가 없는 문제다.
김 감독이 격분한 이유는 또 있다. 확실한 조사 없이 내린 KBO의 신중하지 못한 조치라는 것. 하지만 KBO는 해당 경기감독관과 심판위원으로부터 보고서를 받고 검토 과정을 거친 뒤 결정한 조치다.
그러나 KBO는 단호했다. KBO 관계자는 “KBO에서는 확실한 과정을 거쳐 적절한 조치를 내렸다. CCTV 모니터 문제가 생긴 다음날 오전에 해당 경기감독관과 심판위원으로부터 보고서도 받고 직접 전화통화도 했다. 한화 구단에서도 먼저 전화가 와 이유를 설명한 뒤 사용금지 결정에 대해 오전에 대화를 나누고 끝난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전자기기 자체가 규정 위반이고, 악용될 오해의 소지도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그동안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KBO가 청주시로부터 사전 설치에 대한 통보도 받은 적이 없었다. 지금도 고척돔 시설물 설치에 대한 보고를 미리 받고 사용 여부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뿐이 아니다. 김 감독은 논점에서 벗어나 감정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김 감독은 KBO의 결정 이후 심판 판정과 관련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김 감독은 “KBO는 판독이나 똑바로 하라고 해라. 나도 할 말이 많은데 말을 하지 않고 아끼고 있는 중이다. 요즘 얼마나 심판 판정 때문에 문제가 많이 되고 시끄럽나”라고 KBO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CCTV 모니터 문
김 감독은 이날 “작은 것으로부터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말을 안 하는 게 낫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김 감독이 이번 CCTV 모니터 논란의 과정에서 KBO와 대립각을 세우며 오히려 또 다른 오해를 양산하고 있다.
[min@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