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봉중근(35·LG 트윈스)이 1570일 만에 ‘좌완 에이스’의 향수를 뿌리며 돌아왔다. 선발 준비가 확실하게 되지 않은 빠른 복귀. 봉중근은 선발 복귀전 64구에 희망을 담아 던졌다.
올 시즌 LG의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마무리 투수 봉중근의 선발 전환이었다. 2012년부터 LG의 수호신으로 뒷문을 책임졌던 봉중근은 돌연 선발 복귀를 선언했다. 시즌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결정하기 쉽지 않은 보직 변경이었다.
봉중근의 선발 복귀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양상문 감독도 이미 마음이 떠난 봉중근을 배려했다.
↑ 지난 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3회말까지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 한 LG 선발 봉중근이 포효하고 있다. 사진=곽혜미 기자 |
그렇게 봉중근의 시즌 도중 선발 전환은 파격적이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봉중근은 지난달 2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선발 전환 수업에 들어갔다. 4일 잠실 kt 위즈와의 복귀전까지는 불과 열흘 남짓. 양 감독은 “올 시즌 선발 등판을 하기 위해선 완벽하게 준비를 해서 올릴 시간은 없다”고 했다. 봉중근이 2군에서 선발 실전 테스트 없이 곧바로 1군 복귀전을 치른 이유다.
봉중근은 지난 2011년 5월18일 광주 KIA전 이후 1570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섰다. 첫 타자, 첫 이닝 승부가 중요했다. 양 감독도 봉중근의 선발 복귀전에 앞서 “복귀전에서 첫 타자, 첫 이닝을 잘 던지는 것이 앞으로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발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제구는 날카로웠고, 노련함은 더해 여유로웠다. 오히려 너무 짧게 던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봉중근은 1회 첫 타자 오정복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 한솥밥을 먹었던 이대형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으나 앤디 마르테를 병살로 처리했다. 깔끔한 출발이었다.
이후 봉중근은 에이스 본능이 서서히 살아났다. 볼넷과 안타로 위기에 몰려도 삼진으로 이닝을 정리했다. 4시즌 동안 109세이브를 올리며 쌓은 마무리 경험이 오히려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 것. 3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봉중근은 4회 댄 블랙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고 첫 실점을 했으나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봉중근은 선발 복귀전에서 예상 투구수인 64구를 던지며 4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홈런 한 방을 허용한 것이 아쉬웠지만, 4년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안정된 투구였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3㎞를 찍었고, 체인지업과 커브, 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를 섞어 다양한 구종을 선보였다. LG도 모처럼 깔끔한 8-1 완승. 봉중근의 화려한 선발 복귀를 알린 축포였다.
봉중근은 LG 유니폼을 입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선발로 나서 38승을 올린 베테랑 투수다. 2008~2010시즌 3년 동안 무려 537이닝을 소화하는 이닝이터 역할을 완수하며 3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렸다.
봉중근에게 올 시즌 얼마 남지 않은 마무리는 중요하다. 선발 실전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선발 복귀전에서 에이스 부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준비를 착실히 할 경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투구수를 80~90개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우완 정통파 류제국과 사이드암 우규민에 이어 좌완 베테랑 봉중근까지 합류하는 LG의 토종 선발진은 활용의 폭이 넓어진다. 올해 실패로 끝난 유망주 임지섭과 이준형의 선발 수업 시간도 벌 수 있다.
봉중근의 성공적인 선발 복귀전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LG의 새로운 희망을 알린 단비 같은 소식이다.
↑ 지난 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 한 LG 선발 봉중근이 미소를 지으며 그라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곽혜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