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2015년 9월 6일은 의미 있는 날이었다. 삼성은 하늘나라로 떠난 故 장효조 감독의 4주기 추모행사를 가졌다. KIA로서도 감회가 새로웠다. 그들에게도 마지막 경기였다.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대구시민야구장은 삼성의 오래된 집이었다. 이제 새 집으로 이사를 간다. 대구 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 인근에 짓고 있는 신축구장은 올해 말 완공된다. 내년부터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를 치른다.
이날 경기는 KIA와 삼성의 시즌 15차전. 1경기가 국군의 날에 열리지만 장소는 광주다. KIA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삼성과 맞붙지 않는 한, 이번 방문이 마지막이다.
지난 7월 23일 이후 44일 만에 다시 찾은 대구였다. 해마다 수없이 방문해 별다른 감흥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달라진다. 각별할 수밖에 없다.
↑ KIA 타이거즈는 6일 2015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원정경기를 모두 마쳤다.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야구를 할 날이 다시 올까.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김 감독 옆에 선 조 코치는 “난 여기서 얻어터진 기억 밖에 나지 않는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조 코치는 1998년부터 2년간 삼성에서 14패를 했다. 그러나 8승도 올렸다. 아쉬움을 달래는 그만의 방법일 것이다.
KIA의 주장인 이범호는 대구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대구수창초-경운중-대구고를 거쳤다.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뛰면서 프로야구선수의 꿈을 꿨다. 1루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이범호는 옛 기억의 감상에 젖었다.
“중학생 때는 이곳에서 참 많은 경기를 했다. 내겐 남다른 장소다. 앞으로 경기를 할 수 없다니 서운하다”라던 이범호는 외야 좌측 펜스를 가리키며 “대구고 2학년 첫 경기에서 저기로 장외 홈런을 쳤다. 아직도 그 홈런이 생각난다”라고 회상했다.
예고 홈런이었을까. 이범호는 5일과 6일, 이틀 연속 홈런을 치며 아쉬움을 달랬다. 공교롭게 모두 좌월 홈런이었다. 야구장 밖으로 넘기는 큰 홈런이었다. 17년 전만큼의 큼지막한 홈런을.
이제 갓 추억을 만든 이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오준혁은 이번이 대구시민야구장 첫 방문이다. 그리고 대구 첫 경기에서 데뷔 첫 홈런을 날렸다. 짜릿한 손맛이 얼떨떨하나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하루였다. 오준혁은 “대구 첫 경기에서 첫 홈런을 쳤다. 이제 다시 뛸 수 없다니 묘한 감정이다”라고 했다.
KIA 선수단 내 대구시민야구장에서 가장 각별한 인연을 만든 이는 아마 박흥식 타격코치일 것이다. ‘국민타자’ 이승엽과 함께 하며 타격코치로서 인정을 받았다. 또한, 그의 지도 아래 삼성 타선은 화끈한 타격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 코치는 “5세 때 형 손을 잡고 처음 와봤다. 내 꿈을 이룬 장소다”라며 “삼성 코치 시절이 생각난다. 추억이 많다. 좋은 선수를 만나 우승도 경험했다. 특히, (이)승엽이를 가르친 건 행
다만 웃으며 떠나지 못했다. 광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아쉬움만큼이나 가볍지 않았다. 삼성에게 3-9로 패배. KIA는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치른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씁쓸하게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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