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 최초의 ‘돔구장’ 고척돔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야구인들이 그토록 바라던 돔구장 시대가 열리는데 마냥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서울시와 넥센 히어로즈의 ‘이전 협상’ 줄다리기가 팽팽해 답보 상태다.
넥센에게 고척돔은 말 그대로 ‘빛 좋은 개살구’다. 넥센은 아마전용구장으로 변모하는 8년 정든 목동구장을 떠난다. 내년 3000억원 가까운 혈세가 들어간 고척돔으로 강제 이주를 앞두고 있다. ‘새집’은 마련됐는데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급변하는 내년 히어로즈의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런데 이젠 시작도 전에 파산 걱정부터 해야 할 위기다. 고척돔으로 이전할 경우 운영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최소 2~3배 증가된 80~100억원의 운영비가 예상된다. 넥센은 고스란히 부채를 끌어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등 떠밀리고 있다. ‘빚 지는 개살구’다.
서울시는 넥센에 운영권을 내주지 않고 있다. 우선협상권을 가진 넥센은 ‘을’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는 한시적 광고권 사용과 운영업체 계약우선권을 넥센 구단에 제공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2년간 운영을 해보고 다시 협상을 하자”고 했다. 2년 뒤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넥센의 생존권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보장할 방법이 없다.
답답한 것은 염경엽 넥센 감독도 마찬가지다. 염 감독은 내년 고척돔 이전에 그저 한숨만 내뱉었다. 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는 구단 행정보다 당장 급변하는 내년 히어로즈의 환경에 발맞춰 새롭게 팀을 구상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염 감독은 준비가 철저한 지도자로 손꼽힌다. 매년 시즌 구상을 할 때 몇 년 뒤를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감독이다.
‘홈런공장’이라고 불렸던 목동구장을 떠나 규모로 잠실구장 다음으로 큰 고척돔 이전은 엄청난 변화다. 고척돔은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의 길이가99.116m, 펜스 중앙까지는 122.167m에 달한다. 외야 펜스 높이도 4m로 사직구장의 4.8m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돔구장의 특성상 공기 저항이 적다고 하더라도 부담스러운 규모다.
염 감독은 “팀은 구장의 컬러에 맞아야 한다. 과거 김경문 감독의 성공 사례를 통해 배웠다”고 했다. 구장에 맞춰 팀 색깔을 바꿔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염 감독은 “내년 넥센 야구는 바뀐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내년에는 홈런 타자들이 대거 팀을 빠져나갈 수 있다. 강정호에 이어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고, 구단에서 잡겠다고는 하지만 유한준도 FA로 팀을 떠날 수 있다. 감독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내년 넥센의 타선으로는 지금처럼 할 수 없다. 넥센 야구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수익에 눈이 먼 서울시와 넥센 구단의 고척돔 이전 협상은 제자리걸음인데, 염 감독은 당장 올 시즌 포스트시즌을 넘어 히어로즈의 미래를 구상 중이다.
↑ 지난해 골격을 드러낸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돔.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