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하고 힘겨운 시즌이 되어가던 중이었다. 그러던 롯데가 지난주 5연승(1무 포함)하며 바짝 힘을 냈다. 한때 뒤처졌던 5위 싸움의 복판에 다시 뛰어들면서 7일 현재 5위 한화를 반게임차로 압박하는 6위에 올라있다.
롯데의 상승세의 중심에는 역시 손아섭(27)이 있다. 6일 잠실 LG전까지 20경기 연속안타, 41경기 연속출루를 기록 중인 그는 지난주 6경기서 27타수 12안타(0.444)를 휘둘렀다.
사실 올 시즌은 초반 페이스가 좋지 못했다. 전반기 부상 치레도 했다. 그러나 8월 월간타율 0.382로 후끈 달아오르더니 9월 들어 절정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 롯데 손아섭은 타격 후 전력질주가 리그 첫 손에 꼽히는 파이팅 넘치는 타자다. 5일 잠실 LG전 3회초 2사3루서 우익수앞으로 적시타를 날리고 힘차게 뛰어나가는 손아섭.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타자는 스트라이드 구간에서 몸의 중심을 뒷발에서 앞발로 이동하면서 전진력을 얻은 뒤 몸통을 힘차게 돌려 회전력을 만든다. 이때 체중이 실린 앞발이 단단하게 버텨주면서 회전축이 안정돼야 강력한 몸통 회전이 가능하다.
시즌 초반 앞발의 버텨주는 힘이 약해보였던 손아섭은 그 때문에 강한 회전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상체가 앞으로 쏟아지거나 뒤로 밀리는 ‘휘청’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러나 페이스를 되찾은 최근의 스윙에서 그의 앞발은 스트라이드 후 마치 말뚝처럼 탄탄하게 지면에 박히면서 빠르고 강한 회전의 튼튼한 중심축이 되고 있다.
5위를 다투고 있는 한화 KIA SK 등과 비교할 때 롯데는 상대적으로 마운드의 지키기 싸움이 힘든 편이다. 그래서 롯데에게는 초반 활발한 공격력으로 넉넉한 리드를 버는 패턴이나, ‘빅이닝’이 터지는 전개가 유리하다. 리드오프 손아섭의 ‘키맨’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손아섭은 굳이 정신력을 다잡거나 전략적으로 애쓰지 않아도 통상의 플레이스타일 자체가 ‘팀플레이어’가 되는 유형이다. 리그에서 타격 후 1루까지 가장 악착같이 달리는 타자인데다 누상에서의 움직임은 으레 파이팅이 넘치고 근성이 질기다. 상대 투수와 야수진에게는 바로 이런 타자, 이런 주자가 가장 골치 아프다. 그래서 다른 누구보다 손아섭의 상승세는 롯데의 공격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롯데의 맞수들을 더욱 괴롭힐 수 있으니까.
비록 경쟁팀들이 너도 나도 결정력 부족을 보이면서 ‘혼전’이 되는 바람에 팬들이 답답증을 앓고 있는 5위 싸움이지만, 덕분에 시즌 막판까지 모든 매치업이 흥미진진하게 됐다. 누가 가장 짜릿한 막판 스퍼트에 성공할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2015시즌이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