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칼 하인츠 루메니게 바이에른 뮌헨 회장은 지난여름 모 빅클럽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토마스 뮐러를 영입하려 들었다고 했다. 잉글랜드 언론들은 그 클럽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으며 제시한 금액은 1억 유로(8월31일 기준 약 1326억원)에 달했다고 추측성 보도를 했다.
1억 유로. 가레스 베일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때도 그랬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액수다. 폴 포그바의 경우 개성도 넘치고 에이전트의 분주한 홍보 활동으로 1억 유로의 이적료 탭이 낯설지 않다. 반면 뮐러는 말도 없고 헤어를 가꾸지도 않은 채 축구만 몰입하는 이미지여서 그런지 인기가 덜하다.(바이에른 색깔도 너무 강하다.) 지난 세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똑같이 기록한 13골, 최근 두 번의 월드컵에서 똑같이 기록한 5골로 ‘골 냄새를 잘 맡는 독일 선수’ 정도로 여겨진 것 같다.
올 시즌 뮐러는 그 금액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홍보에 취약한 매니저를 탓하지도 않고, 스타일을 변화시키지도 않았다. 홍보 수단은 오직 골이다. 더 많은 골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15-16 분데스리가가 개막하자마자 3경기에서 5골을 넣었다. 2012-13 시즌 8라운드, 2013-14 시즌 12라운드, 2014-15시즌에는 11라운드에 5골을 돌파했었다. 프랑크 리베리가 부상 중이고, 아르연 로번도 예년 같지 않으며, 주변에는 아르투로 비달과 더글라스 코스타 등 신입생들이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을 텐데 외려 더 많은 골을 낚았다.
↑ 소리없이 넣는다, 골! 사진(폴란드 바르샤바)=AFPBBNews=News1 |
독일 대표팀에선 득점 기록이 더 빛났다. 7일 유로2016 예선 스코틀랜드전에서 3-2 승리를 이끈 2골을 포함해 현재 예선에서만 8골(7경기)을 넣었다. 소속팀 동료이자 폴란드 대표인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10골)에 2골 모자란 개인 득점 순위 2위다. 그의 뒤에는 보스니아의 골잡이 에딘 제코(7골)가 있다. 포지션 분류상(독일축구협회는 미드필더, 바이에른뮌헨 공격수로 구분한다)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의 경계에 있어 억지로 말을 만들자면 ‘미들라이커’에 가깝다. 그런 그가 골이 ‘직업’인 선수들 틈에 당당히 껴있다. 웨인 루니(6골)보단 위다.
원톱 부재로 끙끙 앓는 독일 대표팀에서 그는 유일무이한 ‘믿을맨’이다. 마찬가지로 공격형 미드필더인 마리오 괴체를 전방에 세우는 독일의 현실상 뮐러마저 없다는 사실은 상상만으로 끔찍할 테다. 지난해 6월 16일 2014브라질월드컵 포르투갈전 득점부터 이번 스코틀랜드전까지 약 15개월 동안 기록한 A매치 13골은 독일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고, 대표팀을 유로2016 개최지인 프랑스 근방까지 옮겨다 놓았다. 유로96 챔피언인 토마스 슈트룬츠가 뮐러에게 선물한 ‘페노메논(Phenomenon)’이란 표현도 현재로썬 그리 과해 보이지 않는다.
↑ 맞다. 5초 뒤 뮐러는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독일 뮌헨)=AFPBBNews=News1 |
뮐러는 보면 볼수록 특이한 캐릭터다. 경기장 위에서 얇은 두 다리로 비틀거리며 잘도 뛴다. 메수트 외질과 같은 러블리한 키핑 기술, 토니 크로스와 같은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 카림 벨라라비와 같은 전광석화와 같은 드리블, (은퇴한)미로슬라프 클로제와 같은 헤딩 능력이 없다. 하지만 그에겐 누구도 쉽게 갖지 못하는 골 본능이 있다. 어떤 자세, 어떤 상황에서라도 골문을 향해 공을 날린다. 오른발, 왼발, 이마를 가리지 않는다. 어쩌면 이 골을 넣는 능력에 모 클럽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게 아닐까 싶다.
뮐러가 말하는 자신의 득점 비결은 다음과 같다. “지인들은 알겠지만, 나는 감독의 지시보다 본능을 따른다.” 골만 많이 넣는다면 지시를 어겼다 한들 어느 감독도 잔소리하지 않는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다.
* 독일 대표팀 통산 득점 순위 (* 현역)
1. 미로슬라프 클로제 71골 (137경기) *
2. 게르트 뮐러 68 (62)
3. 요하힘 슈트라이히 55 (102)
4. 루카스 포돌스키 48 (126) *
5. 위르겐 클린스만 47 (108)
5. 루디 �러 47 (90)
7. 칼 하인츠 루메니게 45 (95)
8. 우베 젤러 43 (72)
9. 미하엘 발락 42 (98)
10. 올리버 비어호프 37 (70)
11. 울프 키르스텐 34 (100)
12. 프린츠 월터 33 (61)
13. 클라우스 피셔 32 (45)
14. 에른스트 레너 31 (65)
15. 토마스 뮐러 30 (65) *
16.
17. 에드문트 코넨 27 (28)
18. 마리오 고메스 25 (60) *
18. 에버하르트 포겔 25 (74)
20. 리차드 호프만 24 (25)
21. 로타르 마테우스 23 (150)
21.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23 (113) *
[yoonjinman@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