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NC 다이노스의 투수 에릭 해커(32)는 지난 2년간 가장 승운이 따르지 않는 투수 중 한 명이었다. 2013년 평균자책점 3.63으로 준수했지만 4승11패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전반기에 8승(3패)을 올리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후반기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96의 안정감 속에서도 1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대신 5패를 떠안아 8승8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 NC 다이노스의 에릭 해커는 올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 김경문 감독에 어떻게 하면 야구를 잘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사진=MK스포츠 DB |
김 감독은 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해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심리적인 변화가 컸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해커 자기 자신도 지난 2년간 퀄리티스타트를 많이 하는 등 잘 던졌음에도 다른 외국인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커가 우선 그런 불운을 털기 위해 올 시즌 등록명을 에릭에서 해커로 변경한 것이 한 몫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해커가 올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에게 어떻게 하면 야구를 잘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던 것을 말했다. 김 감독이 해커에게 건넨 대답은 “선수들을 믿어라”였다.
김 감독은 “잘하는 투수는 포수 사인에 맞춰서 공을 던졌을 때 안타를 맞아도 내색하지 않는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어 “만약 투수가 내색을 하고 그 다음부터 포수 사인을 믿지 않으면 포수 역시 그 투수를 위해 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선수들 간의 신뢰가 쌓이면 실수가 나와도 동료를 위한 마음으로 열심히 만회하려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성적은 결국 좋아진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당시 해커에게 “야수들이 투수보다 경기에 더 많이 나가지 않느냐”면서 “투수가 먼저 야수들을 위해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투수가 야수들의 수비를 믿는 것은 물론 경기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경기 템포도 빨리 가져가야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커가 올 시즌부터 투구폼이 다소 빨라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 간의 믿음이 생기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에이스가 등판하니까 야수들의 집중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감독의 말은 곧 현실이 됐다. 해커는 안정적인 투구
결국 해커는 9이닝 동안 90개의 효율적인 투구 속에 4피안타 1볼넷 1실점 하면서 한국 무대 첫 완투승의 기쁨을 맛봤다. 시즌 17승(5패)째를 거둬 유희관(두산)과 함께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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