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츠버그) 김재호 특파원] 어느 순간 그의 왼다리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적응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다.
강정호는 지난 10일(한국시간)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서 6회 상대 선발 케이비우스 샘슨을 상대로 좌측 담장 넘어가는 만루홈런을 때렸다.
상대 선발 샘슨은 ‘패스트볼 킬러’로 이름난 강정호를 상대로 만루 상황에서 패스트볼로 승부하는 실수를 범했다. 맞는 순간 포수 터커 반하트가 분노를 표현할 정도로 명백한 실투였다.
↑ 강정호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신시내티전에서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도 레그킥으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사진=ⓒAFPBBNews = News1 |
강정호는 타격 준비 자세에서 왼다리를 들어 올리는 레그킥 동작을 고수하고 있다. 레그킥 동작을 사용하는 타자들은 메이저리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이전보다 빠른 투구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강정호도 마찬가지. 시즌 초반 타이밍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클린트 허들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여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다리를 들지 않는 변화를 줬다.
그러나 이날은 2스트라이크 상황이었음에도 레그킥 동작이 나왔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2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도 1회 1타점 우전 안타를 때릴 때 2스트라이크에서 다리를 드는 동작이 나왔다.
강정호는 11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언제부터 이렇게 바꿨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다리를 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순간 일어난 변화에 대해 “그만큼 투구에 적응했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계속되는 레그킥은 또 다른 적응의 증거인 것.
‘피츠버그 트리뷴’에 따르면, 파이어리츠 구단 역사상 신인 선수가 만루홈런을 때리고 한 점 차로 이긴 것은 1956년 5월 11일(현지시간) 포브스필드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대니 크라비츠가 만루홈런을 때린 이후 처음
강정호는 구단 역사의 새로운 장을 쓴 기념으로 허들 감독으로부터 그날 경기의 라인업 카드를 기념으로 선물 받았다.
메이저리그 도전 역사에 또 하나의 굵직한 발자국을 남긴 강정호는 예전과 다름없이 상대 선발의 투구 장면이 편집된 동영상을 보며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또 어떤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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