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지도 신시도리 대광해수욕장 <사진제공=관광공사> |
◇ 원시시대로 백투더퓨처…체험형 섬 시호도
믿지지 않는다. 233개에 달하는 전남 고흥 주변의 깨알 섬 중에서 상상초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딱 한 곳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시호도. 놀랍게도 원시 체험이다. ‘백투더퓨처식 힐링’인 셈. 이게, 흥미롭다. 원시 답게 통신 두절이다. 휴대폰 반납하고 그냥 들어간다. 일단 입촌(?)이 결정되면 백투더퓨처가 시작된다. 지급되는 옷부터 심상찮다. 원시시대 그대로의 야생 복장. 압권은 잠자리다. 펜션? 모텔? 천만에다. 볏집을 이어붙여 만든 그 옛날 원시시대 움막이다. 이 움막은 모두 8개동. 4인 가족이 들어갈 만큼 넉넉하다.
옆은 원시 산책로다. 그 곳을 따라 텃밭 체험장과 뗏목 체험장, 패류 채취장이 보인다. 가볍게 걷는 힐링 로드 개념의 사색로도 있다. 2개 코스 1.4㎞다.
원시 체험은 철저히 가족형이다. 기간은 기본이 1박2일. 전체 테마는 ‘조난 상황’. 무인도 조난을 가정해 전체 미션이 짜여진다.
첫째날 핵심은 ‘자연을 이해하기(원시체험)’. 11시 입촌식을 시작으로 원시인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부족을 만든다. 당연히 부족 깃발과 명칭을 만들고 족장도 선출해야 한다. 이후는 철저한 원시 체험. 먹는 것 역시 팀별로 자급자족이 원칙이다. 기어이 잡아야 끼니가 떼워진다. 하이라이트가 개막이. 밀물 때 그물을 쳐두고 썰물 때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잡는 철저한 원시 그대로의 낚시법이다. 이게 대박이다. 어떤 땐 팔둑만한 바다고기가 걸린다. 재수 좋을 땐 학꽁치에 감성돔, 참돔까지 낚인다.
갯벌은 아이와 엄마들 차지다. 아빠가 개막이로 생선을 잡는 동안 아이와 어머니들은 고동과 바지락을 캐며 밑반찬꺼리를 채집한다.
잡은 고기는 부족끼리 나눠 먹는다. 불 피우기 역시 원시 그대로. 나무와 짚을 활용해 비비고 비며 불씨를 지핀다. 밥짓는 화덕 역시 진흙으로 엮는 옛날 식. 석쇠에 갓 잡은 생선을 구워 먹으면, 정말이지 아빠, 엄마 죽어도 모를 정도다.
다음 날은 시호도 탐사. 나침반 활용법과 독도법을 배운 뒤 시호도 일주에 나선다. 뗏목도 만들어 타고, 암벽 오르기, 짚라인 타기 등을 즐기며 자연을 극복하는 단계다.
▶ 시호도 즐기는 Tip = 입장료 5000원, 체험료 1만5000원 씩. 1박당 1인에 1만원씩 추가다. 홈페이지(sihodo.goheung.go.kr) 참고. 물이 귀하다. 섬에 물이 없어서다. 참가 체험객들 한테는 생수 작은 페트 병 1개씩 지급된다. 물, 귀한 줄 알라는 의미다.
◇ 모든 게 느리게 흐르는 섬…청산도
‘푸른 바다 라인을 따라 빼곡히 도열한 돌담길. 구들장 논. 해녀의 밝은 미소’
절로 흥이 난다. 그것도 느리게 서서히. 뒤로 가는게 싫은 분들, 느리게, 천천히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 ‘총알’의 속도에 질리신 분들, 이 가을 슬로비디오로 경험하고 싶다면 볼 것 없다. 완도 청산도 행이다. 청산도는 더딘 풍경으로 삶의 쉼표가 되는 ‘힐링 섬’이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세계 슬로길 1호로 공식 인증한 섬 청산도. 슬로시티의 원조 답게 마을을 잇는 길 이름도 그래서 ‘슬로길’이다.
지금은 미역 줄기처럼 이어지는 슬로길 11개 코스가 갖춰져 있다. 길이도 상징적이다. 100m 만큼 총알 빠르기는 아니지만, 느린 듯, 느리지 않게 인간 한계를 실험하는 마라톤 구간의 길이인 42.195㎞. 영화 ‘서편제’ 촬영 무대로 유명한 당리 언덕길, 구불구불한 옛 돌담으로 채워진 상서마을 등은 대표적인 슬로길 코스로 꼽힌다.
압권은 휘리 체험. 역시나 청산도 전통의 물고기 잡이 방식이다. 거대한 그물을 매단 고무보트가 뻘 앞쪽을 치고 나가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채 그물을 펼쳐 물고기를 잡는 체험. 이게 대박이다. ‘고등어 사촌’격인 매가리라는 생선, 그물 찢어질 만큼 수백마리가 건져 올려진다. 체험용으로 주는 두개의 비닐이 찢어질 만큼 만선(?). 잡은 고기는 뻘 밭에 버너불 피워서 바로 기름에 둘러 구워먹는다.
슬로푸드 체험 역시 꼭 해봐야 할 체험.
머스트 씨 볼거리인 ‘범바위’도 꼭 봐야 한다. 청산리 명물 범바위가 놓은 곳은 청산도 남쪽 보적산(330m). 행정 구역으로는 완도군 청산면 권덕리와 청계리의 경계쯤이다. 11코스의 ‘슬로길’중 5코스와 꼭 겹친다. 권덕리 쪽에선 영락없이 범이 웅크린 형상, 그래서 이름이 범바위다. 이게 유명해 진 건, 자기력. 앞에는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는 안내판이 보인다. ‘지구보다 자기장이 센 곳이니 나침반이 방향을 잃을 수 있다’. 여기에 나침반을 꺼내 놓으면 바늘이 뱅글뱅글 그냥 돌아버린다. 근처 돌을 주워 자석에 갖다 대면 대롱대롱 달라 붙어버리는 것도 신기할 따름.
이 범바위의 강력한 자성이 바다에까지 미친다. 남동쪽 1.3㎞ 지점의 상도와 청산도 남서쪽 권덕리 마을 끝, 그 지점에서 범바위까지 삼각선을 그은 안쪽 지점은 ‘한국판 버뮤다 삼각지대’로 통한다. 배에 달고가는 나침반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는 배들은 GPS고, 나침반이고, 계기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계비행(VFR)처럼 그저 눈만 믿고, 눈으로 바닷길을 헤쳐 간단다. 이 지역 해도(海圖)에 표시된 명칭이 ‘자기장 이상 지역’. 섬뜩한 경험이다.
▶ 청산도 즐기는 Tip = 완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숙소는 펜션에서 해결하면 된다. 가격은 5~6만원선. 청산도 관광 안내는 (061)550-5151~3
■ 그 밖에 초가을 찍어야 할 ‘버킷리스트 섬’
1. 옹진 신시모도(놀섬)
- 신도, 시도, 모도를 일컫는다. 연도교로 이어져 신·시·모도 삼형제 섬이라 불린다. 세 개의 섬을 한번에 둘러볼 수 있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옹진군 문화관광(www.ongjin.go.kr/tour)
2. 군산 신시도(놀섬)
- 선유도의 동쪽에 위치한 섬으로 면적 4.25㎢, 해안선의 길이 16.5㎞로 고군산군도의 24개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어촌체험마을을 중심으로 개막이, 바지락캐기, 낚시 등 체험관광이 풍성한 게 특징. 신시도 어촌체험마을(sinsido.seantour.com)
3. 진도군 관매도
230개의 유·무인도로 이루어진 전남 진도군의 섬 중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섬. ‘관매팔경’이 있다. 관매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섬 주위를 한 바퀴 돌면 관매팔경의 경승지를 모두 구경할 수가 있다. 관매도 명품마을(www.gwanmaedo.co.kr)
4. 여수 손죽도
손죽도는 약 400년 전 제주에서 고(高), 부(夫), 양(梁) 3성씨가 최초로 입도해 형성한 마을. 낚시 어선, 개매기 및 갯가 체험이 있다. 꽁치, 쏨뱅이, 방풍, 한방염 사탐, 한방 막걸리 등 먹방투어의 메카. 여수 관광정보(www.ystour.kr)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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