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토 마르고 |
◆ 헤밍웨이가 사랑한 샤토 마르고
양쪽으로 사열받듯 길게 늘어선 포플러 나무. 그 사이 점점 좁아지는 길의 삼각 꼭짓점에 자그맣게 철탑 정문이 보인다. 여기다. 건축가 루이 컴보가 지었다는 샤토 마르고. 이곳 위용은 가 보면 안다. 굳게 걸어잠근 문. 그 앞에 관광객들이 몰려 감동한 표정으로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이유가 있다. 들어가지 못해서다. 그저, 그 앞에서 사진만 찍어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긴다는 포인트다.
당연히 선예약 필수. 기자가 안내를 받아서 처음 간 곳은 양조장 옆 접견실. 가이드의 간단한 설명과 함께 안내서를 받은 뒤 본격적인 와인투어가 시작된다. 지붕 너머로 보이는 성은 접근조차 못할 정도로 삼엄한 경계망이 펼쳐져 있다. 샤토 마르고 양조장은 크게 2군데. 하나는 수확 이후 첫 번째 해, 다른 한 곳은 두 번째 해에 숙성을 하는 양조장이다.
와인저장소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오크통 1000여 개가 줄지어 도열해 있는 모습. 한 통에 들어가는 양은 250ℓ다. 먹어도 먹어도, 먹고 자고 또 먹어도 마르지 않을 만큼의 넉넉한 양이다. 놀라운 건 오크 통 가격. 통값만 750~1000유로 선이다. 보통 80년 이상 된 아름드리 참나무로 만든 걸 쓴다. 설명이 끝나면 감동의 타임, 역사적인 ‘테이스팅(맛보기)’이다. 기자에겐 두가지 시음 와인이 주어졌다. 2007년 빈티지 ‘파비용 루주 뒤 샤토 마르고 2007’과 ‘샤토 마르고 2007’. 아, 조심스럽다. 이 한방울이, 값으로 따지면 10만원이 넘을 터. 맛은 어떠냐고? 미안하지만, 영어식으로만 알려드린다. ‘라운드하면서도 포텐셜이 인상적’. 굳이, 해석을 해 드린다면 딱 네글자. 텁텁하다.
◆ 구찌와인ㆍ페라가모와인도 있다
보험그룹으로 유명한 악사(AXA)와 일본 최대 음료회사 산토리(SUNTORY)의 공통점은? 간단하다. 메도크에 최고급 와인 샤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은행 금고 안에 요즘 늘고 있는 건 증권, 금괴, 현금이 아니다. 바로 와인이다. 더 놀라운 건 1899년산 샤토 디켐, 1만달러(1200만원)를 호가하는 샤토 페트루스 등 자그마치 4만병의 고가 와인이 보관돼 있다는 거다.
악사 소유 샤토는 포야크의 ‘샤토 피숑 롱그빌’. 여기, 압권이다. 성의 겉모양은 1850년대 중세적 분위기. 헌데 그 속, 180도 다르다. 최첨단이다. 미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저장고를 지하에 묻은 것도 놀라운데, 습도 조절, 온도 조절에 환기 시설까지 전자동이다. 가는 곳마다 고가의 미술품이 걸린 것도 이색적이다. 마치 거대한 현대 미술 전시관 같은 분위기다.
악사가 포야크를 대표한다면 일본 산토리는 생쥘리앵 지역의 대표 주자다. 이곳 역시 그룹 소유답게 첨단 시설에 첨단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1983년 12월 일본 산토리그룹 인수 후 3년에 걸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쳤고, 지금 최신식 샤토로 탈바꿈 했다. 이 샤토의 특징은 한마디로 전통과 현대적 테크놀로지의 결합. 특히 이곳 전유물인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은 이상적 재배의 원형처럼 프랑스 전역으로 벤치마킹되고 있다.
명품 그룹의 와이너리 소유는 사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페라가모그룹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한 마을을 통째로 사 와인 ‘일 보로’를 생산하고 있고, 구찌, 보테가 베네타, 이브생로랑의 모회사인 프랑스 유통그룹 PPR는 ‘샤토 라투르’를 소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위트 와인 샤토 디켐을 만드는 곳도 ‘모에 헤네시’의 LVMH그룹이다. 이 그룹은 명품 샴페인 동 페리뇽도 생산한다. 삼성이나 LG 현대 와인도 곧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다.
▶ 럭셔리 와인투어 여행 Tip =
▷ 가는 길 = 파리에서 보르도까지 에어프랑스를 타고 1시간 거리다. 테제베를 타면 3시간 30분 소요.
▷ 메도크 대표 샤토 = 샤토 마르고(www.chateau-margaux.com, 33-(0)5-5788-8383), 샤토 드 로가(www.lauga.com), 그랑 리스트라크(www.cave-listrac-medoc.com), 샤토 라베고르스(www.chateau-labegorce.fr), 샤토 뒤트리크 그랑 푸조(www.chateaudutruch.com), 샤토 데스퀴라크(www.chateaudescurac.com), 샤토 피숑 롱그빌(www.pichonlongueville.com), 샤토 라그랑주(www.chateau-lagrange.com), 샤토 라 애(www.chateaulahaye.com). 각 샤토를 방문할 때는 미리 예약할 것.
▷ 꼭 알아둬야 할 와인 상식 = 그랑크뤼 클라세는 꼭 알아둬야 할 등급이다. 1등급에서 5등급으로 분류되며, 총 61개의 와인이 속
▷ 메도크 와인 투어 문의 = 소펙사(www.sopexa.co.kr, (02)3452―9481)
※ 취재 협조=메도크 와인 협회(CVM) 소펙사(www.sopexa.co.kr)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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