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더욱 뜻 깊은 승리를 거둔 투수들이라면 FA 계약 첫해 개인 최다승 기록을 쓰고 있는 16승의 삼성 ‘토종 에이스’ 윤성환(34)과 KBO의 첫 40대 10승 투수로 탄생한 NC 손민한(40)이 떠오른다.
구속으로 윽박지르는 유형들은 아니다. 그러나 넘치는 파워와 최고의 기술로 무장한 요즘 타자들을 거뜬하게 요리해내는 세련된 마운드, 그들이 스피드 대신 갖고 있는 두 가지는 투수가 손에 쥐는 경기의 결과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이기도 하다. 바로 ‘투구의 예술’ 제구와 ‘승부의 기술’ 볼 배합이다.
↑ ‘원하는 대로’ 던질 수 있는 투수. 삼성 윤성환은 FA 계약 첫해인 올해, 16승을 돌파하며 개인 최다승 기록을 세우고 있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
손민한은 얄미울 만큼 ‘감’이 좋은 투수다. 여러 구종을 다양한 코스로 만져내는 손가락 끝의 세밀한 감각에 더해 타자가 치려는지 기다리려는지, 변화구를 노리는지 코스를 고르는지 재빨리 캐치해 내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수싸움의 ‘촉’마저 뛰어난 투수다.
제구는 타고난 감각이 형성하는 부분에 훈련으로 다져진 안정된 투구 동작이 결합돼 만들어진다. 와인드업부터 팔로스루까지 투구 동작 전 구간에서 스스로의 몸을 능란히 통제할 수 있는 밸런스가 기본, 여기에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를 잡을 수 있고 스스로의 몸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 받쳐줘야 한다.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해내야 하는 볼 배합은 세 단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자기 컨디션을 파악하는 볼 배합, 즉 오늘 잘 들어가는 공과 그렇지 못한 공을 알아내는 볼 배합이다. 둘째는 타자의 약점을 공략하는 볼 배합이고, 세째는 상황이나 타순, 타자의 반응에 따라 대처하는 볼 배합이다.
↑ NC 손민한은 지난주(11일 마산 넥센전) KBO 최고령 10승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바꿔 말해 좋은 투수는 첫 번째 단계의 볼 배합 구간을 스스로 빠르고 영민하게 클리어해내는 투수들이다. 자신의 컨디션과 ‘오늘의 무기’를 빨리 파악해내고 그 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2단계, 3단계의 볼 배합에 성공할지 똑똑한 전략을 내놓는 것이 바로 승부의 기술이 된다.
윤성환과 손민한은 이런 면에서 뛰어난 운영 능력을 갖춘 투수들이다. 볼 배합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그들이 책임지는 마운드, 참 든든하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