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윤진만 기자] FC서울이 수원삼성과의 슈퍼매치 3-0 대승의 기세를 잇지 못했다. 23일 저녁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에서 전반 29분 박용지에 실점하며 0-1 석패했다. 서울 공격수 아드리아노는 골망을 한 번 흔들고, 골대를 한 번 강타했지만, 득점이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무효처리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한편, 4위 성남(승점 51점)과 5위 서울(승점 48점)은 정규리그 남은 1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스플릿 A 진입을 확정했다.
선발 라인업
이틀 전 최용수 서울 감독은 아드리아노가 발목이 좋지 않아 출전이 불투명하다고 했다. 경기 당일 만난 김학범 성남 감독은 수를 다 꿰고 있었다는 듯, "연막을 피웠다"며 껄껄 웃었다. 결과론적으로 연막이었다. 최 감독은 "쓸 수 있을 때 써야 한다"는 너스레와 함께 아드리아노를 선발 명단에 포함했다. 박주영은 오른 무릎이 완쾌되지 않아 교체 명단에만 이름 올렸다. 31라운드 슈퍼매치에서 득점한 수비수 차두리도 벤치에서 출발하도록 했다.
성남은 경고 누적 3회로 결장하는 중앙 미드필더 정선호 대신 김성준을 투입했다. 종아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했던 김두현은 8월 30일 전북전 이후 근 3주 만에 경기 명단에 포함했다. 김 감독은 "어제 하루 몸 풀었다"며 결장 가능성을 넌즈시 내비쳤지만, 최 감독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경기 요약
"60분 이후 승부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최 감독의 예상은 빗나갔다. 서울은 초반 잦은 패스 미스로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성남을 몰아부쳤다. 16분 아드리아노의 오른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전반 29분 단 한 번의 슈팅이 서울에 찬물을 끼얹었다. 성남은 서울로부터 큰 압박을 받지 않으며 상대 진영까지 접근했다. 좌측면에서 공을 잡은 장학영은 그대로 반대편을 향해 왼발 크로스를 날렸다. 황의조가 달려 나오며 헤딩으로 받으려다 머리를 숙여 공이 후방의 동료에게 닿도록 했다. 뒤에 서있던 박용지는 지체하지 않고 왼발 논스톱 발리 슈팅을 때렸다. 공은 그대로 좌측 상단에 꽂혔다.
↑ 사진(상암)=곽혜미 기자 |
최용수 감독은 '세 번째 교체 옵션'으로 생각한 차두리를 후반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투입했다. 경기를 뒤집으려면 차두리의 '스프린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후반 첫 공격 기회는 차두리의 오른쪽이 아닌 심상민의 왼쪽에서 만들어졌다. 심상민이 오버래핑 후 문전으로 낮고 강하게 깔아찬 공을 아드리아노가 몸을 날려 건드렸다. 공은 간발의 차로 골대 위로 벗어났다.
후반전 양상은 서울 공격 성남 수비였다. 성남은 하프라인까지는 서울의 공격을 방관하다 하프라인을 넘으면 강한 압박으로 공의 진로를 차단했다. 파울도 서슴지 않았다. 서울은 후반 15분 일찌감치 박주영 카드를 꺼내 들며 마지막 반전을 꾀했다. 아드리아노가 프리킥 상황에서 득점했으나 오프사이드 반칙에 따라 무효처리되었다. 박주영의 헤딩슈팅도 골대를 벗어났다. 슈퍼매치와 같은 시원스런 서울의 골 폭죽은 상암에선 터지지 않았다.
수훈 선수
장학영 (성남)
베테랑은 노련했다. 전반 고광민, 후반 차두리를 상대로 고군분투했다. 수원전 맹활약으로 자신감이 가득찬 상대들이었다.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한 채 수비에 집중했다. 발 빠른 상대 윙백들을 연륜으로 막았다. 후반 차두리에 연달아 크로스를 허용한 점은 팀에 불안요소였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장학영은 전반 29분 오버래핑 후 예리한 왼발 크로스로 결승골을 도왔다. 성남 소속으로 근 5년 만에 기록한 이 도움 만으로도 그의 이날 활약은 가치가 있었다.
경기 의미
경기 전 서울은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달린 3위 포항을 올려봤다. 수원전 3-0 대승의 상승세를 이어 성남까지 잡고, 포항이 미끄러지길 바랐다. 하지만 같은 날 포항이 대전 원정에서 승리하고, 자신들은 성남에 패했다. 원치 않은 결과였다. 스플릿 A 진입을 확정했고, 우승 시 아시아클럽대항전 티켓을 받는 FA컵이 남았다는 사실은 위안거리다.
성남은 신이 났다. 4위 성남은 3위 포항과의 거리를 승점 2점차만큼 유지했다. 양 팀은 10월 4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각각 인천과 부산을 홈으로 부른다. 포항과 부산의 전력 차, 동기부여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희박한 건 맞다. 하지만 시즌 전 성남은 6강 후보에도 쉬이 이름을 올리지 못하던 팀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2라운드 (2015년 9월 23일 19:30, 서울월드컵경기장)
FC서울 0-1 성남FC
성남: 박용지(전29')
FC서울 (3-4-1-2)
유상훈(GK) - 박용우(후15' 박주영), 김남춘, 김동우 - 심상민(HT' 차두리), 오스마르, 다카하기, 고광민(후26' 고요한) - 몰리나
감독: 최용수
성남FC (4-2-3-1)
전상욱(GK) - 장학영, 김태윤, 윤영선, 이태희 - 김철호, 김성준 - 남준재(HT' 장석원), 레이나(후23' 이종원), 박용지(후27' 김두현) - 황의조
감독: 김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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