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테임즈(NC)의 첫 40-40 달성에 박병호(넥센)의 최다 타점 경신으로 전국이 뜨거웠던 2일, 유난히 광주만 고요했다. 홈런은커녕 안타 구경도 어려웠다. 그만큼 팽팽했고 치열했다. 어떻게든 버텨야 했던 마운드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피 터지는 3위 싸움의 승자를 꿈꾸는 두산이나 기적 같은 5위 탈환에 도전하는 KIA나 승리가 간절했다.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가야 했다.
두산의 1승은 KIA의 1패, KIA의 1승은 두산의 1패였다. 그리고 그 하고 싶은 1승만큼 하기 싫은 1패의 의미는 컸다. 도전의 ‘끝’을 예고했다. 때문에 물러설 수 없었다. 갈 길 바쁜 가운데 서로의 카드에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왜 하필 에이스냐고. 그러나 허물거나 넘어야 할 산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판사판이다”라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김기태 KIA 감독도 ‘마지막까지’를 강조하며 각오를 다졌다.
↑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왼쪽)와 심동섭이 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주먹을 부딪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그 흐름은 양현종(5이닝)과 니퍼트(6이닝)가 강판된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두산은 스와잭까지 불펜으로 투입했다. 진짜 총력전이었다. 바통을 돌리며 쉴 새 없이 가동된 불펜도 물 샐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출루보다 아웃을 더 쉽게 볼 수 있었다. 삼진쇼도 펼쳐졌다. 한 이닝에 안타 2개가 나오지도 않았다. 마운드의 힘이었다. 타선은 짓눌렸다.
1점 승부였다. 대량 득점은 쉽지 않았다. 1점이라도 뽑으면, 승리에 가까이 갈 수 있었다. 안타의 가뭄 속에 그 균형을 깬 건 이날 경기의 네 번째 안타였다. 그리고 첫 번째 장타였다. KIA가 6회 사구와 볼넷으로 만든 기회에서 나지완의 2루타로 0-0의 스코어를 마침내 1-0 스코어로 바꿨다. KIA는 삼세번 기회에서 마지막 기회를 살렸다.
숨 막히는 승부는 예측불허. 7회까지 번트 안타 외 침묵하던 두산, KIA 마운드는 완벽하게 봉쇄했다. 하지만 8회 심동섭이 흔들리는 가운데 두산의 두 번째 안타가 터졌다. 1-1 균형을 맞추는 연결고리. 윤석민이 무사 1,3루서 긴급 투입됐지만 김재호의 희생타로 승부는 원점.
두산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광주구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건 KIA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장타였다. 1사 1루서 이범호가 스와잭을 상대로 2루타를 날린 것. 외야 라인 안쪽으로 들어가는 절묘한 타구였다. 이 장타는 2,3루의 황금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지완의 고의4구로 만루. 두산은 병살타를 노리고 이성우와 승부를 걸었지만 결과는 희생타. KIA의 두 번째 득점이자 결승 득점이었다.
그리고 그 1점 차로 승부가 갈렸다. KIA 불펜은 1점을 지켰고, 두산 타선은 1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절박한 심정에서 맞선 두 팀의 승부는 모두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긴장감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1회부터 9회까지 쭉
이날 KIA와 두산이 기록한 총 안타는 7개. 4사구가 12개로 더 많았다. 그러나 결정타가 흔치 않았던 경기에서 천금 같은 득점으로 이어진 장타 두 방은 매우 값졌다. 그리고 KIA는 생명선을 이어갔다. 더욱 커진 희망의 온도는 더욱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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