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길어도 너무 길었던 대장정이었다. 특히 두산에게 그랬다. 144경기를 마치고서야 올 시즌 농사의 결과가 나왔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 웃으면서 3위를 차지했다. 시즌 내내 다사다난했던 두산을 고려한다면 나름 선방한 결과를 얻었다.
두산은 지난 4일 리그 최종전인 잠실 KIA전에서 9-0 대승을 거뒀다. 승리만이 3위 등극을 가져오는 상황에서 투타 모두 완벽한 모습을 선보였다. 시즌 79승 65패를 기록한 두산은 넥센(78승 1무 65패)을 0.5경기 차로 제치고 3위 자리에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감독 첫 시즌이 됐다. 사진=김재현 기자 |
후반기 시작과 함께 삼성에 한 경기 차로 추격했던 시점이 기회였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한화와 삼성에 연이어 루징시리즈를 기록하면서 선두권 경쟁에서 점차 멀어졌다. 이어진 8월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고비를 맞았다. 하지만 8월 동안 14승 10패를 기록, 올 시즌 두 번째로 좋은 월간 성적으로 선두권을 다시 추격했다.
하지만 두산은 9월 들어 갑작스레 찾아온 투타 엇박자로 시즌 최다 연패인 6연패까지 빠졌다. 결국 9월 초 부진으로 선두권 경쟁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3위 자리까지 넥센에 내주면서 시즌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넥센을 따라붙어 시즌 최종전에서 3위를 탈환하는 기쁨을 맛봤다.
시즌 전체를 돌아본다면 두산은 ‘3무(無)’로 원활한 운영을 하지 못했다. 바로 외국인 선수 활약과 불펜진의 안정화, 붙박이 4번 타자의 존재가 없었다.
↑ 두산은 올 시즌 거의 내내 외국인 선수와 불펜진의 부진과 부상에 시달렸다. 사진=김재현 기자 |
지난 시즌에 이어 재계약 한 투수 유니에스키 마야도 노히트노런만을 남긴 채 부진으로 한국을 떠났다. 마야 대신 들어온 앤서니 스와잭도 영입 후 7월까지는 7경기 등판해 2승 3패 평균자책점 7.22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더스틴 니퍼트도 올 시즌 두 번의 부상으로 한국 무대 데뷔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불펜진의 불안정도 시즌 초중반 두산의 아킬레스건였다. 시즌 시작 전 마무리로 낙점한 노경은은 스프링캠프에서 턱에 타구를 맞아 팀에서 이탈했다. 결국 시즌 초 마무리 투수를 맡은 윤명준이 부진하자 혼돈에 빠졌다. 시즌 중반 다시 돌아온 노경은도 불안했다.
시즌 초부터 맹활약했던 우완 셋업맨 김강률의 갑작스런 시즌 아웃도 뼈아팠다. 그래도 후반기부터 이현승이 마무리를 맡고 함덕주가 셋업맨으로 분발하면서 희망은 보였다. 노경은과 윤명준도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불펜진의 시즌 평균자책점 9위(5.41)라는 최종 성적은 여전히 허리가 두산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 정규리그 3위는 두산에게 완벽히 만족스런 결과물은 아니다. 포스트시즌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 사진=김재현 기자 |
로메로는 4번 타순에서 꾸준한 출장 기회를 부여받았으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고육지책으로 시도한 김현수의 4번 기용이 효과를 봤다. 하지만 김 감독은 김현수가 3번 타순에 더 어울리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결국 4번 타자의 부재가 타선의 짜임새를 헐겁게 했다. 상위 타선에서 부진한 선수가 있
김 감독의 첫 정규시즌은 이러한 아쉬움들과 함께 마감됐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 웃으면서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포스트시즌에서 남은 아쉬움을 풀어야 한다.
[forevertoss@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