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이상철 기자] ‘홈런왕’ 박병호(30·넥센)의 가을야구 세 번째 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해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그에게는 마지막일지 모를 포스트시즌이었다. 그리고 13일은 넥센에서의 마지막일지 모를 경기였다.
지난 2011년 7월 31일, 트레이드로 넥센의 유니폼을 입고 뛴 599번째 경기. 그 어느 때보다 궁지에 몰려 어려운 상황이었다. 넥센은 2패로 준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였다. 끊어지던 생명선을 살려야 했다.
기적을 꿈꾸기 위해선 박병호가 앞장서야 했다. 명예회복도 필요했다. 박병호는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은 2할1푼4리로 큰 무대에서 힘쓰지 못했다. 올해도 집중 견제 속에 타율 1할2푼5리(8타수 1안타 1홈런 4볼넷 2타점 1득점)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10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 1개를 쏘아 올렸으나 아직 더 보여줄 게 많았다.
염경엽 감독도 박병호에 거는 기대감이 컸을 터. 염 감독은 타선이 폭발하기를 학수고대했다. 잠든 타선을 깨울 중심축은 박병호였다.
↑ 넥센의 박병호는 13일 준플레이오프 두산과 3차전에서 8타석 만에 안타를 쳤다. 그리고 그 안타에 힘입어 넥센은 두산에 쐐기타를 날렸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
정규시즌 1,2루 상황(2할9푼)에서 가장 타율이 낮았던 박병호. 2B 2S 볼카운트에서 121km 체인지업을 배트가 나갔으나 빗맞았다. 3루수 땅볼. 그나마 자신의 발이 1루 베이스에 먼저 닿으며 병살타를 면했을 뿐. 후속타자도 침묵하며 선취 득점 기회를 놓쳤다.
박병호의 부진은 거기까지. 그리고 그는 해결사보다 도우미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서건창의 선제 홈런이 터지면서 숨통이 트인 3회, 박병호는 풀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빠진 유희관의 안쪽 속구에 속지 않았다. 이번 포스트시즌 다섯 번째 볼넷.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으나 5회 다시 밥상을 차렸다. 선두타자로 나서, 유희관의 체인지업을 때려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날아가는 안타를 쳤다. 지난 10일 1차전에서 홈런을 친 뒤 8타석 만에 두 번째 안타. 그리고 유희관을 강판시키는 한방이었다.
1루를 밟은 박병호는 노경은의 폭투, 유한준의 포스트시즌 첫 안타로 한 베이스씩 진루한 뒤 김민성의 희생타로 홈을 밟았다. 스코어 2-0에서 3-0. 살얼음판 리드를 하던 넥센에겐 매우 귀중한 득점이었다. ‘에이스’ 밴헤켄의 완벽투가 펼쳐지긴 해도 2점 차와 3점 차는 달랐다.
넥센은 7회 두산의 추격을 완전히 뿌리쳤다. 준플레이오프 들어 처음으로 한 이닝 2득점. 그 시발점은 박병호였다. 2사 후 진야곱과 7구 접전 끝에 볼넷을 골랐다. 박병호가 나가니 넥센 타선이 힘을 냈다. 유한준과 김민성의 연속 2루타가 터졌다. 스코어 5-0. 넥센이 8회 두산의 반격에 호되게 당하며 2점을 내줬던 터라, 박병호가 만들어준 찬스는 어느 때보다 천금
박병호는 7회 유한준의 장타 때 1루에서 홈까지 전력으로 뛰었다. 1점을 추가하기 위한 강한 의지였다. 그리고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절박함이었다. 그 가운데 넥센은 반격의 1승을 했고, 박병호가 넥센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는 건 하루 더 연장됐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