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마무리라는 보직이 나에게 100% 맞는 옷은 아닌 것 같다”
준플레이오프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두산 마무리 투수 이현승(32)은 대뜸 마무리라는 자리의 부담감을 고백했다. 사실 의외였다. 시즌 중반 마무리를 맡을 때 “재밌는 보직이 될 것 같다”고 기대한 그였기 때문. 성적도 좋았다. 올 시즌 이현승의 성적은 41경기 등판 3승 1패 2홀드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89였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성적과 다르게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현승은 “너무 힘들었다. 공 하나에 웃고 운다. 심적인 부담감이 정말 컸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시즌을 마친 이현승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5년 만에 참가하는 가을 야구에 설렘도 있었다. 무엇보다 보너스 경기라고 생각하면서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 두산 마무리 투수 이현승이 이번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MVP의 주인공도 됐다. 이현승은 4차전 후 기자단 투표에서 61표 중 26표를 받았다. 불펜 투수가 시리즈 MVP가 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지난 2011년 한국시리즈 오승환(당시 삼성),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지난 2005년 최영필(당시 한화)이 불펜 투수로 시리즈 MVP를 받은 최근 기록이다.
이현승은 정규리그에 이어 가을 야구에서도 두산의 뒷문을 단단히 잠궜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두산의 마무리 잔혹사를 끊어내는 모양새다. 두산은 지난 2012년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35세이브)를 기록한 스캇 프록터 이후 줄곧 뒷문 불안에 시달렸다. 2013년 집단 마무리 체제에서 지난 시즌 이용찬까지. 버틸 만은 했어도 압도적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무리 이현승의 깜짝 등장은 올 시즌 최대 수확이 됐다. 팀의 투수조 조장으로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4차전 승리 후 “마무리인 이현승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후배 투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끼친다”고 웃음 지었다.
이제 이현승의 시선은 마산으로 향한다.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NC도 나성범, 에릭 테임즈 등 만만치 않은 타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현승에게 두려움은 없다. 이현승은 “NC 타자들이 강하지만 나도 약한 투수가 아니라 강한 투수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세이브 상
최근 몇 년 간 9회가 이렇게 편안한 이닝인지 몰랐던 두산이다. 이현승은 더 이상 불펜이 팀의 아킬레스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적성을 찾은 이현승의 ‘제로’ 행진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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