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승부. 경기를 초중반까지만 시청했던 사람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놀라운 결과였다. 2-9의 스코어를 11-9로 역전시키는 두산의 집중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무너진 경기를 되살리는 응집력, 바로 두산이 오래도록 키운 ‘팀컬러’의 힘이다.
14일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은 6회까지 패색이 짙었다. 하나의 야구경기를 놓고 분석했을 때 전체적인 힘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두산은 이미 그 균형이 무너진 상태였다. 누구나 5차전을 예상할 수밖에 없던 순간. 그러나 7회부터 9점을 획득한 두산은 저력의 야구를 제대로 뽐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조상우가 자기 색깔을 잃은 점이 넥센에게 치명적이었다. 또 경기 초반 찬스에서 숱하게 잘 맞은 타구가 불운으로 연결됐던 두산이 포기하지 않고 따라잡은 점이 승리의 주된 요소였다.
↑ 두산이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오래도록 축척한 팀컬러를 선보이며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사진(목동)=김영구 기자 |
이런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큰 경기에 강한, 그리고 지고 있어도 지지않을 것 같은 파괴력, 끈질긴 뚝심이 두산 선수들 몸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몇 년에 걸쳐 하나의 팀컬러로 형성됐고 경기에서 자신감으로 표출됐다.
끈질기고 지지 않을 것 같은 선수들의 팀컬러 앞에 홈런왕도, 최다안타를 친 선수도, 돌직구를 던진 투수들도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큰 점수 차의 경기를 뒤집는 것은 야구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7점차도 당연 안심할 수 없다. 그렇지만 총력전을 펼치는 포스트시즌에서, 그것도 마지막 안방 경기를 치르는 넥센을 상대로 반전의 스코어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꾸준히 축척된 두산만의 끈질긴 팀컬러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평범하고 쉬웠던 승리는 없었다. 1차전, 2차전, 4차전 모든 두산의 승리에는 이러한 팀컬러가 녹아있었다. 준플레이오프를 결산하며 수훈선수로 두산의 '팀컬러'를 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