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서 충격 역전패를 당하며 2015시즌을 마무리했다. 넥센의 발목을 잡은 것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얄팍한 마운드였다. 1년이 지났지만 넥센의 마운드는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넥센은 타격의 팀이다. ‘넥벤저스’로 대표되는 타선은 리그 상위를 다툰다. 이런 넥센이 3년째 가을야구서 쓴맛을 본 건 마운드 발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넥센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서 쓴맛을 본 뒤 시즌 내내 고민이었던 마운드 강화에 중점을 두고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해 넥센은 에이스 앤디 밴헤켄-헨리 소사 2명의 외국인 투수 말고는 내세울 고정 선발진이 없었다. 그리고 올해도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고정 선발로 남은 것은 앤디 밴헤켄-라이언 피어밴드 2명의 외국인 투수였다.
↑ 지난 14일 준PO 4차전서 9회초 역전을 허용한 조상우가 허탈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사진(목동)=곽혜미 기자 |
선발진이 앞에서 부실하니 마운드 전체가 흔들거리는 건 당연했다. 지난해에 이어 조상우-한현희-손승락이 필승조를 구성했지만 이들과 나머지 불펜 투수들의 격차가 너무 컸다.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하니 그때그때 잘하는 선수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특히 올해는 한현희, 손승락까지 예년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넥센은 정규시즌 중에도 이기는 경기, 이겨야 하는 경기, 추격하는 경기 모두 조상우에 크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이는 포스트시즌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넥센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엄청난 ‘조상우 의존증’을 보였다. 이 의존증은 넥센이 이번 포스트시즌에 던진 승부수였지만, 상처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조상우는 9일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14일 준PO 4차전까지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4경기 6⅓이닝 141구를 던졌다.
손승락이 5⅔이닝 81구, 한현희가 3이닝 69구를 던졌지만 가장 부담스러운 상황에는 언제나 조상우가 던졌다. 김택형, 하영민, 김대우는 엔트리에 존재하기는 했지만 ‘유령 선수’와 다름없었다. 1경기씩 나와 던졌을 뿐이다. 3명이 이번 포스트시즌서 맡은 이닝은 총 1⅓이닝, 투구수는 도합 28구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강정호를 해외로 보낸 넥센은 올 시즌 후에도 전력 약화가 우려된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고, FA 계약을 통한 전력 강화도 남의 이야기에 가깝다
이제는 정말 키워야 한다. 아니면 우수한 투수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라고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 마운드 발전이 없는 한, 넥센의 거듭된 실패는 앞으로도 끊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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