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김원익 기자] 진퇴양난이다. 한국시리즈 엔트리 등록시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수사진행 과정, 한국시리즈, 선수단 관리 등의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17일 대구구장에서 오후 1시부터 선수단 전원이 참석해 KS 대비 훈련을 했다. 최초 ‘원정도박’ 보도가 나온 이후 열린 2번째 훈련. 특히 ‘원정도박’ 의혹 선수들의 포지션으로 지목된 투수진 전원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와 실전 대비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선수들의 반응과 훈련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평소와 같은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 대신 진중함이 그라운드에 배어 있었다. 특히 스프링캠프에서 주로 진행 하는 PFP(Pitcher Fielding Practice) 훈련과 ‘1개 훈련’으로 명명된 시뮬레이션 훈련 등, 일반적인 시즌 중에서는 하지 않는 훈련을 다수 소화하며 집중력 있게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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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K스포츠 DB |
앞서 TV조선은 15일과 16일 “삼성 라이온즈 선수 3명이 해외 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데 이어 조사결과 추가로 2명의 스타급 선수들이 원정 도박을 했다는 정황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삼성 소속의 선수들은 특급 투수 라인으로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마카오에서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거기에 최근 해외진출을 한 스타플레이어를 포함한 2명의 선수가 추가로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다.
이어 17일에도 다양한 신문과 방송 매체들의 보도가 쏟아졌다. 수사 착수 과정에 대한 보도 내용은 엇갈렸다. 다만 검찰과 경찰 중에서 어느 쪽이 수사에 착수했느냐의 사실관계 차이정도였을 뿐 사건 본질에 대한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경찰 조사는 시작됐으며, 검찰조사는 이미 내부적으로 들어갔거나 곧 공식적으로 시작 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의 수사는 기정사실이다.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 이후의 파장은 짐작할 수 없는 수준. 조직폭력배의 돈을 빌려 해외서 거액의 도박을 했다는 혐의가 밝혀진다면 도박과 외환관리 등으로 형사처벌이 유력하다. 당연하게 리그와 구단 차원의 징계도 추가로 이어질 사안이다.
곧 닥칠 핵심 쟁점은 한국시리즈 엔트리 등록 여부. 사건의 죄질이나 도덕적 문제가 다른 사안과 차별성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더해 수사기관, 구단, 추가로 모기업과 여론까지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다.
17일 훈련 도중 ‘만약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받은 류중일 삼성 감독은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연일 새로운 추가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고심이 역력했다.
실제 현장 주체, 즉 삼성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많지 않다. 최종결정권은 프론트 고위층에 있다. 현장의 의사가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구단의 결정이 우선이다. 나아가 모기업 그룹의 의향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여론 동향이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내부에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더 있다. 현재 사안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쪽이 검경 수사기관이라는 판단이다. 직접적인 소환 조사 등의 추가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이 아니기에 정황만 놓고 추가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단의 곤란한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삼성이 신속하게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의혹 선수들을 훈련에서 배제하거나 엔트리 조정에 대한 결론을 미루면 미룰수록 구단의 개념마저 오해를 받을 수 있다. 혹시 ‘온정적 선수단 관리’나 ‘KS 강행’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살 수 있다.
KBO의 미온적인 대응도 눈총을 받고 있다. 한국시리즈를 앞둔 시기인데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고 구체적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기에 판단을
사태를 파악했다면 여론의 눈치만 보면서 시간을 끌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고 있는 삼성의 고민이 부정적으로 읽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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