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디브 |
그러나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 파괴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자연 훼손으로 소멸 위기에 놓인 관광지가 수두룩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한정판 지상낙원’이라고 할까. 아직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때 찾아야 ‘제대로’ 즐기고 올 수 있다.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자연의 소중함까지 느끼고 온다면 ‘일석이조’다.
◆ 2026년 ‘소멸 위기’ 몰디브
2000년대 초·중반 수많은 TV 프로그램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섬이 소개됐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는 절로 탄성을 자아내고 산호초는 옥빛 한지 위에 수를 놓은 듯 자태를 뽐낸다. 여기에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에 바다 위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크루즈선까지….
‘지상낙원’을 떠오르게 만드는 이 곳이 ‘인도양이 품은 진주’ 몰디브다. 119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양의 마법같은 휴양지 몰디브는 이제 신혼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하며 많은 이들을 유혹한다.
사실 2000년대 초·중반 몰디브가 주목받은 이유는 관광지로서의 가치 때문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가 몰디브다. 환경 보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소개된 몰디브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 당시 대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10여년이 지나 이들이 결혼할 시기가 되자 몰디브는 자연스럽게 ‘신혼여행지 1순위’로 떠올랐다.
극단적인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유엔미래보고서’ 등 미래를 예측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몰디브의 예상 소멸 시기를 2026년으로 파악하고 있다.
몰디브를 잃지 않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몰디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이 10년 정도 남은만큼 갈 수 있을 때 확실하게 즐기고 오는 것도 중요하다.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스쿠버다이빙, 티끌 하나 없는 눈부신 백사장, 들뜬 신혼여행 부부들의 기분을 더욱 황홀하게 만들어주는 붉은 노을, 달콤한 칵테일과 다양한 수상스포츠까지…. 일상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몰디브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 킬리만자로 만년설, 2020년 사라질지도
‘가왕(歌王)’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듣다 보면 눈덮인 킬리만자로산이 마법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산허리를 휘감으며 도도히 흐르는 구름과 그 위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만년설…. 무덥기로 소문난 아프리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만년설 덕분에 킬리만자로는 더욱 특별하고 신비스럽다.
트레킹 마니아들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트레킹 코스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킬리만자로. 아프리카 최고봉의 위용을 자랑하지만 다른 7개 대륙 최고봉보다는 코스가 어렵지 않기에 많은 이들의 발길이 몰리고, 킬리만자로는 차별없이 모든 이들의 발걸음을 받아들인다.
킬리만자로의 매력은 변화무쌍한 자태다.
트레킹 시작은 무더운 열대우림 지역에서 시작한다. 한걸음 한걸음 정상을 향해 내딛다보면 어느새 황량한 황무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정상에 도달할 무렵이 되면 서늘한 얼음과 빙하가 기다린다. 가이드의 “뽈레, 뽈레(천천히, 천천히)” 외침을 따라 욕심을 부리지 않고 꾸준히 걷다보면 몸이 힘든만큼 눈이 ‘호강’하는 곳이 킬리만자로다.
몸과 마음, 인간의 모든 한계를 시험하는 킬리만자로산.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만년설이 모두 녹아버릴 위기에 처했다.
2007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12년 킬리만자로가 지도에 표기된 이후 얼음의 85%가 사라졌다고 한다. 연구팀이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더욱 빨리 녹아 전체 면적의 26%가 줄어들었다”고 하니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폐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논문은 2020년 모든 만년설이 녹아버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은 이라면 킬리만자로에 올라 황홀한 절경, 그리고 자연의 소중함을 직접 느끼고 오는 것이 어떨까.
◆ 무분별한 훼손…‘모아이 석상’ 이스터섬
“누구도 이스터섬의 경이로움을 알기 위해 투표 따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세계 신7대 불가사의’ 후보지를 놓고 투표가 한창일 때 칠레의 대통령이 밝힌 한 마디다. 자신감일 수도 있고 자만심일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아이 석상’만으로도 전 세계 모든 이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스터섬은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만의 ‘버킷리스트’에 넣어봤을 관광지라는 것이다.
‘외딴 섬.’ 듣는 이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드는 이스터섬은 오랜 세월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된 ‘외딴섬’이었다.
남아메리카 칠레로부터는 3700㎞ 가량 떨어져있고, 서쪽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는 2100㎞ 정도 떨어진 폴리네시아의 피케엇섬이다.
그러나 ‘외딴섬’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곳을 찾은 유럽인들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네덜란드 탐험가 J. 로게벤이 그해 부활절에 상륙해 ‘이스터섬’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현지 원주민들은 ‘라파 누이(거대한 땅·Rapa Nui)’이라고 부르기를 고집한다.
이스터섬이든 라파 누이든 이곳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은 역시 모아이 석상이다. 만들어진 방법에 대해 지금까지 누구도 확신을 주지 못한 모아이 석상은 ‘비밀’을 풀기 위한 인간들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처음 만들어졌을 때처럼 묵묵히 지평선을, 그리고 수평선을 응시한다.
해가 질 무렵이면 많은 관광객들은 ‘항가 로아(Hanga Roa)’ 주변 바닷가로 모여든다. 모아이상 너머로 붉은 해가 저무는 절경을 보기 위해서다.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과 모아이상의 조화….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신비감에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에 바진다.
이스터섬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자연 훼손 때문이 아니다. 끊임없는 인간의 개발 욕심 때문이다. 리조트 건설 등 급격한 개발로 섬 본연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원주민과 본토 칠레인들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가기는 어렵지만 발길을 내딛는 순간 후회가 남지 않는 곳이 이스터섬이다. 모아이 석상과 함께 섬 본연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앞으로 30년…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비행기로 어딘가를 갈 때 누구나 느끼는 점. 막상 창문을 내다봐도 볼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푸르른 장관이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분가기 어려울 때가 많고 육지 풍경은 막상 시시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호주 북동부 해안 부근을 비행기로 갈 일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안가를 따라 거대하게 뻗어있는 산호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마치 ‘에메랄드빛 산맥’이 뻗어있는 것처럼 비행기 창문으로도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길이만 약 2000㎞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다.
산호초 대부분이 바다에 잠겨있고, 일부만 바다 위로 나와 절경을 이룬다. 곳곳에 암초가 많아 선박으로 운행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워낙 경관이 아름다운 덕분에 크고 작은 70여개 섬들 위주로 관광시설이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우주정거장에서도 보이는 것이 중국 만리장성이라면 비행기 창문으로도 자태를 뽐내는 것이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인 셈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 배경이 됐던 곳일 정도로 수려한 경치를 뽐낸다.
이곳을 다녀온 모든 이들이 최고로 꼽는 여행 프로그램은 역시 스쿠버다이빙이다. 케언즈에서 한 시간 반 가량 정도 배를 타고 이동해 바다로 뛰어들면 이름모를 물고기, 형형색색 산호초가 반긴다. ‘아찔하고 짜릿한 경험’을 하고 싶은 이들은 휘트선데이 아일랜드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해도 좋다.
모든 조작은 노련한 다이빙 교관이 해준다고 하니
아쉽게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산호 표백과 사이클론 등으로 이곳은 앞으로 30년 이내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금 당장 지구온난화가 멈춘다고 해도 이 지역의 절반이 10년 이내에 사라진다고 하니 조금이라도 빨리 다녀오는 것이 낫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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