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김근한 기자] 두산 홍성흔(38)의 어깨가 모처럼 펴졌다. 달아나는 홈런으로 ‘베테랑’의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의 눈에는 한 방보다 더 값진 홍성흔의 희생이 있었다.
홍성흔은 지난 1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5 KBO 플레이오프 NC와 1차전서 6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7-0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더그아웃에서 연습을 준비하던 홍성흔은 선발 출장 이야기를 듣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다시 한 번 사실 여부를 물은 뒤 새 방망이의 포장을 풀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홍성흔의 선발 출장은 깜짝 카드였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데이빈슨 로메로(2안타)와 최주환(3안타)이 맹타를 휘둘렀기 때문.
↑ 두산 홍성흔 사진=김영구 기자 |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김 감독의 믿음에 확실히 보답했다. 홍성흔은 3-0으로 앞선 4회 NC 선발 투수 에릭 해커의 초구 커브 121km를 통타해 비거리 125m짜리 좌중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포스트시즌 통산 개인 100안타를 짜릿한 한 방으로 장식했다.
NC는 이날 두산 선발 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압도적인 구위에 경기 초반부터 꼼짝 못했다. 이 상황에서 나온 홍성흔의 홈런 한 방에 NC의 기는 완전히 꺾였다.
홍성흔은 다음 타석인 6회 무사 1루에서는 희생 번트를 성공시켰다. 욕심도 부릴법한 상황이었으나 추가 득점을 위한 희생 번트를 결정했다. 번트 모션을 미리 취하지 않은 기습 번트에 가까운 모양새으나 번트 타구는 좋은 코스로 굴러갔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눈에는 너무나도 흐뭇한 장면이었다.
베테랑의 행동 하나가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바라봤다. 김 감독은 “선수 스스로 번트를 댔다. 사실 이렇게 알아서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홍성흔이 희생 번트를 하고 들어오는 벤치 분위기를 봤는데 후배들이 활기차게 홍성흔을 맞이하는 것이 좋아 보이더라. 이런 팀 분위기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미소 지었다.
오랜만에 활약을 펼친 홍성흔도 자신을 낮췄다. 홍성흔은 “홈런 상황은 초구 변화구를 노리라는 타격 코치님의 주문 덕분에 적중했다. 팀을 잘 만나서 가을 야구를 많이 하다보니 100안타까지 왔다. 그동안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당분간 지명 타자 자리는 홍성흔의 몫이다. 김 감독은 “지명 타자 자리가 너무 왔다 갔다 한 면이 있다. 당분간 홍성흔을 지명 타자로 쓰겠다”고 밝혔다.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안타, 루타, 타점 기록 등 홍성흔의 대기록 행진은 계속 된다.
가을 야구에서 경험 많은 베테랑의 가치는 크다. 두산은 지난 2013년 홍성흔,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등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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