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한국시리즈는 작은 역할라도 팀이 우승을 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어떤 역할이라도 상관없다. 지난해 부상을 당해 완전한 기량을 못펼쳤다. 올해는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생애 2번째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는 박해민(26·삼성)은 지난해보다 부쩍 여유가 있었다. 스스로도 “지난해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올해는 조금 차분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삼성의 깜짝 히트상품이었던 지난해보다 올 시즌 공헌도가 훨씬 높았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 박해민의 2번째 한국시리즈에 대한 기대치도 훨씬 더 높아졌다. 그렇지만 박해민은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가을야구를 준비하고 있었다.
18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박해민은 “이번 시즌이 길어서 조금 힘들었는데 쉬면서 운동도 열심히하고 차분하게 잘 지내고 있다”며 현재 근황을 알렸다.
↑ 박해민이 한국시리즈 선전을 다짐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득점 부문 리그 11위에 올랐고, 생애 첫 도루왕에 올랐다. 특히 도루는 2위 박민우(NC, 46개)와 격차가 매우 큰 독보적인 1위였다. 후반기 놀라운 페이스로 연이어 도루 숫자를 쌓으며 88.2%라는 높은 성공률을 기록한 순도 높은 기록이었다.
박해민은 “전 경기 출장을 했다는 것 하고 시즌 전에 목표로 삼았던 도루왕이 됐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또 득점도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것이 기쁘고, 무엇보다 팀이 우승을 해서 모든 것이 잘 마무리 된 시즌”이라며 올 시즌을 돌이켜봤다.
지난해 시즌 중 깜짝 주전으로 거듭나면서 119경기를 소화했지만 경기 후반에 교체되거나, 대타나 대수비 등의 교체로 출전하는 경우도 많아서 310타석에 나섰다. 그런데 올해는 무려 525타석을 소화하며 진정한 주전 선수가 됐다.
이제 수비에서의 기대치도 매우 커졌다. 어느덧 리그 최고의 외야수비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해민이다. 박해민은 “한국시리즈에서 일단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수비만큼은 자신이 있다”며 “스타팅으로 나가거나 경기 후반에 대수비로 나가든 어떤 상황, 어떤 위치에서도 자신있게 내 몫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외야 경쟁이 치열해졌다. 꾸준함의 상징 박한이, 부상에서 돌아온 구자욱, 군에서 복귀한 배영섭까지 부동의 주전 최형우를 제외한 4명이 2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되는 형국이다. 구자욱이 1루로 이동한다고 해도 박해민도 컨디션 여하에 따라서는 자리를 지키지 못할 수 있다.
박해민은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시즌 중이었다면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경쟁하고 또 의욕을 불태우겠지만 한국시리즈는 과정만큼이나 결과가 중요하다”면서 “내 개인 보다는 팀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출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선발이 되지 못하더라도 벤치에서 충분히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팀을 먼저 내세웠다.
↑ 박해민의 발은 삼성의 가장 위협적인 공격옵션 중 하나다. 사진=MK스포츠 DB |
박해민의 겸손과는 별개로, 이미 많은 팀들의 경계 1순위가 됐다. 특히 베이스 위에서의 박해민은 후반기 거의 막을 수 없는 존재였다. 박해민 역시 “일단 내 역할이 나가서 흔들어놓는 것이 때문에 한국시리즈에서도 적극적으로 도루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단기전에서는 도루 1개로 분위기가 확 넘어갈 수 있고 그게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률을 높이는데 중점을 둬서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박해민은 넥센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왼손 약지 인대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주사를 맞고 벙어리장갑을 끼고 경기 출전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박해민이 한국시리즈 두드러진 존재
이 때문에 올해 더욱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해민은 “지난해는 아무래도 아쉬웠다. 부상을 당하다보니 내 기량을 다 펼치지 못했다”면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건강하게 내 모습을 다 보여드리고 싶다”며 건강한 모습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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