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결정적일 때 하나 치면 된다.”
NC 다이노스 이호준(39)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베테랑다운 여유를 부렸다. 이호준은 “밸런스에 문제가 없다. 자신감도 있고 볼도 잘 보인다”며 “괜찮다. 결정적일 때 안타 하나 치면 되는 것”이라고 주문을 걸었다.
이호준은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부진을 겪고 있는 또 다른 베테랑 외야수 이종욱에 대해서도 걱정이 없는 눈치였다. 이호준은 “종욱이가 부담을 가질까봐 별로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주장인데 알아서 한 방 쳐주지 않겠나”라며 “나도 6타수 무안타다”라고 동료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말 무사 1,2루 NC 이호준이 번트를 시도하다가 볼에 맞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시리즈를 1승1패로 균형을 맞춘 NC는 3차전 타순 변화를 줬다. 이호준은 5번 타순 고정이었으나 이종욱을 3번에서 6번으로 나성범과 맞바꿨다. 이종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김 감독의 배려였다.
이미 김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가을야구에서도 통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치명적 병살타를 쳤던 손시헌을 2차전에 믿고 쓴 결과 멀티히트로 보답했다. 3차전에서는 이호준과 이종욱 차례였다.
선취점을 뽑았던 NC는 2회말 1-2로 역전을 당했다. 1, 2차전과 달리 승부처는 일찍 찾아왔다. 2-2 동점을 만든 3회초 1, 3루 찬스. 두산은 선발 유희관 대신 노경은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타석에 선 이호준은 2구째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러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역전 적시타를 때렸다. 플레이오프 첫 안타를 결정적 순간에 만들었다.
이어진 타석에서 이종욱도 1B1S 이후 3구째를 노려 우전 적시타를 때려 4-2로 달아났다. 포스트시즌 21타수 만에 나온 그토록 기다리던 안타 하나 역시 결정적이었다. 그 뒤를 손시헌이 쐐기 좌전 적시타로 이으며 베테랑 3인방이 3회 역전의 명수가 됐다. 손시헌의 타격 때 2루에 있던 이호준은 홈까지 이를 악물고 내달렸다.
이호준은 5득점 빅이닝을 만든 7회초 무사 1, 2루 찬스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부상 투혼도 펼쳤다. 이날 경기 전 이호준은 “팀이 필요할 때 번트를 대서라도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그 약속을 지킨 7회였다. 이호준은 희생번트를 대는 과정에서 함덕주가 던진 공에 오른 손가락을 맞았다. 이후 크게 흔들린 두산 마운드가 자멸했다. 고통스러워하던 이호준은 아픔을 참고 1루로 걸어 나가 결국 10-2로 달아나는 두 번째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NC는 이날 베테랑들이 잠실구장을 수놓았다. 이호준(2안타 1타점 2득점) 이종욱(2안타 2타점) 손시헌(4안타 3타점 1득점)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6타점을 합작, 펄펄 날았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또 다른 베테랑 투수 손민한이 있었다. 손민한은 이날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3볼넷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팀의 16-2 대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손민한은 5-2로 앞선 6회말 마운드에 올라 공 2개를 던진 뒤 오른 중지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승리투수가 된 손민한은 플레이오프 역대 최고령 선발승의 가치 있는 기록도 세웠다.
↑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초 1사 1,2루 NC 이종욱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