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한국 킥복싱 전설 임치빈(36·KBS N 해설위원)에게 K-1은 영광의 무대이자 크나큰 짐이기도 했다. 자신의 성적에 경기 결과 이상의 의미가 덧씌워졌다.
이런 과거를 뒤로하고 임치빈은 30대 후반이 눈앞임에도 K-1 몰락 후 세계최고대회로 자리매김한 ‘글로리’의 페더급(-65kg) 챔피언을 진지하게 노리고 있다. MK스포츠는 2연승이면 꿈에 도전하게 되는 임치빈을 ‘KBS미디어센터’에서 인터뷰했다.
임치빈은 K-1 MAX(-70kg) 한국대회를 3차례나 제패했다. 그러나 본선 8강 진출은 모두 좌절됐다. 한국 입식타격기의 간판으로 여겨지면서도 국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데서 오는 심적 고통이 적지 않았다.
“K-1 시절에는 ‘국내 간판’이라는 시선에 부담이나 책임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임치빈은 “입식타격기 자체를 좋아하고 즐겼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지금도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40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공개했다.
임치빈은 무에타이 기준 라이트급(-61kg)~웰터급(-67kg)에 어울리는 체격이다. 그러나 K-1에는 무제한급과 MAX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K-1 MAX에서는 힘의 열세 때문에 신중한 경기운영이 불가피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위상도 더욱 조심스러운 경기에 한몫했다.
과거의 자신에 대해 아쉬움이 컸기 때문일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한 임치빈은 ‘공격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K-1 시절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임치빈의 ‘글로리’ 페더급 경기가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을까.
임치빈은 12월 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AI’에서 열리는 ‘글로리 26’에 참가하여 전 세계무에타이평의회(WMC) -63kg 챔피언 모삽 암라니(28·네덜란드/모로코)와 대결한다. 임치빈-암라니는 ‘글로리’ 페더급 타이틀도전자 결정 4강 토너먼트의 한 대진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임치빈은 준결승 성격의 암라니전을 이기고 결승전에서도 승리하면 ‘글로리’ 페더급 타이틀전 자격을 얻는다. ‘글로리’ 한국 중계권은 KBS N이 보유하고 있다. KBS N은 자사 해설위원 임치빈의 네덜란드대회 출전에 흔쾌히 동의했으며 생중계도 한다.
↑ 임치빈이 보호용 붕대를 손에 감으며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KBS N 제공 |
그러나 한국 킥복싱은 K-1 쇠락 후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K-1 쇠퇴와 UFC 국제화가 맞물렸다. 한국 선수의 UFC 진출이 잇달아 성사되며 국내 종합격투기(MMA) 입지가 확고해졌다”고 분석한 임치빈은 “K-1 중계가 사라진 입식타격기는 격투기 팬에게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에서도 멀어지고’ 말았다”면서 “MMA에 자원이 쏠리며 국내 입식타격기의 선수층·수준에 문제가 생긴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입식타격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힘줘 말한 임치빈은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대회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열리고 주목받는 경기들이 하나둘 나온다면 부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한국은 올림픽 투기 종목에서 꾸준하다. 저력과 잠재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임치빈은 “그러나 K-1은 킥복싱에 진지하게 임하기보다는 이벤트성 대결이 많았다”면서 “마케팅은 성공했으나 단발성이 대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입식타격기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전 소속단체를 냉정히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 MMA 1위 대회사 로드 FC에는 2009년 K-1 MAX 한국대회 준준결승에서 임치빈에게 패한 권민석(26)과 국내 킥복싱 무제한급 최강 중 하나였던 명현만(30)이 속해있다. 권민석은 XTM 리얼리티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시즌 4 준우승으로 주목받았다. 두 선수 모두 로드 FC 데뷔전을 화끈한 KO로 장식했다.
“후배들의 MMA 전향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