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올 겨울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여러 선수들 가운데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가 가장 먼저 움직인다. 내주 공식 절차를 밟는다. 수면 위 조용한 행보와 다르게 수면 아래 발 빠르게 진행된다.
넥센은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세부 계획을 확정하고 오는 11월 2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포스팅 공시 요청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의 긍정적인 전망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달 초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두 번째 야수가 탄생하게 된다.
관심을 모으는 건 박병호의 포스팅 공시 요청일. 공식적으로 11월 1일부터 가능하나 그 날은 일요일이다. KBO가 정식 업무를 하는 다음날인 2일,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한 첫 문을 노크한다.
그 동안 박병호의 포스팅 공시 시기는 11월초로 점쳐졌다. 넥센도 1년 전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보다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했다. 그 예상대로 출발선에 선다.
↑ 넥센 히어로즈는 11월 2일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포스팅 공시를 KBO에 요청할 계획이다. 사진=MK스포츠 DB |
보통 포스트시즌 기간에 열전을 벌이지 않는 타 팀은 조심스러워한다. 가을축제에 조금이나마 해를 끼치지 않도록 감독 선임 등 이슈거리에 관한 알림은 경기가 없는 날에 해왔다. 암묵적인 관행이었다.
손아섭의 포스팅 신청일 연기 요청으로 다시 조율 중이지만 롯데 자이언츠가 가장 처음 정한 시기도 ‘한국시리즈 이후’였다. 넥센과 박병호가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이 때문에 남들과 다르지 않게 한국시리즈가 종료되면 포스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넥센과 박병호는 그렇지 않았다. 바로 뛰어들기로 했다. 포스팅 공시 요청일을 두고 넥센, 박병호, 박병호의 에이전트인 옥타곤 월드와이드가 의견을 조율했다. 그리고 상당히 꼼꼼하게 따져 결정했다.
우선 1년 전과 많은 게 다르다. 먼저 한국시리즈가 끝나도 한국야구는 끝나지 않는다. 2015 WBSC 프리미어12(이하 프리미어12)가 열린다. 이 대회에는 박병호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박병호는 현재 야구대표팀에 소집돼 다른 동료들과 훈련하고 있다.
11월 4일과 5일 쿠바와 평가전이 예정되어 있으며, 8일에는 일본 삿포로에서 일본과 프리미어12 개막전이 치러진다. 그리고 대만으로 건너가 11일부터 예선라운드 일정을 소화한다. 상당히 빠듯하다. 포스팅 과정에서 수용 결정이나 연봉 협상은 구단과 에이전트가 한다. 그러나 박병호의 의견도 반영해야 하며, 그의 일정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11월 2일이 맞춤형 포스팅 신청일이다. 박병호에 관심을 갖던 메이저리그 구단들 가운데 비공개 입찰을 통한 최고 응찰 가격이 KBO를 거쳐 넥센에 통보되는 게 7일. 그리고 이틀 뒤인 9일 넥센이 포스팅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대표팀 경기 일정을 모두 피한다.
즉, 11월 2일이 황금날짜인 셈이다. 한국시리즈가 5차전 내 종료될 수도 있겠으나, 그 일정에 너무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한국시리즈 종료를 신경 쓰다가 포스팅 공시 요청일을 하루, 이틀 미루면, 전반적인 일정이 꼬이고 늦춰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능한 가장 빠른 날로 결정했다. 기본적인 전략은 속전속결이다. 넥센과 박병호 모두 빠른 일처리를 희망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을 마친 뒤 틈새시장을 노린 강정호 사례와는 다르다. 강정호의 활약으로 인식이 바뀐 데다 박병호의 가치가 충분해 관심을 보이던 구단들이 충분히 뛰어들 것이라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지난 2년 동안 관계자를 파견해 박병호를 집중 점검했다. 박병호에 관한 미국 내 긍정적인 반응도 넥센 및 박병호의 자신감을 키웠다.
↑ 넥센 히어로즈는 11월 2일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포스팅 공시를 KBO에 요청할 계획이다. 사진=MK스포츠 DB |
파격적인 조건 아래 일사천리로 마무리 될 수도 있지만, 늦어도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는 12월 8일 내로 ‘메이저리거 박병호’의 탄생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한 해 한국야구의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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