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서민교 기자] ‘빅보이’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일본시리즈를 지배했다. 소프트뱅크의 일본시리즈 2연패 달성의 위업을 사실상 혼자서 책임진 ‘이대호 시리즈’였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의 일본시리즈 2연패를 확정짓는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일본시리즈 역사상 한국인이 MVP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대호가 최초다.
이대호는 29일 일본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린 2015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3타수 1안타(1홈런) 2사사구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이대호의 선제 투런 홈런이 사실상 이날 승부를 가른 결정적 한 방이었고, 자신의 MVP를 확정짓는 쐐기포였다.
↑ 소프트뱅크 호크스 이대호가 일본시리즈를 지배하며 2년 연속 우승과 함께 한국인 사상 최초로 MVP에 등극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이대호의 일본시리즈 MVP는 당연했다. 이대호는 1~4차전까지 타율 5할3푼8리 1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5차전 성적에 상관없이 가장 유력한 MVP 후보였다. 그러나 이대호는 그 일말의 불안감마저 잠재웠다.
이대호는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4회초 1사 3루 찬스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 야쿠르트 에이스 이시카와 마사노리를 상대로 2B1S 이후 4구째 131㎞ 컷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선제 좌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파울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심판합의 판정까지 했지만, 비디오 판독이 불가한 좌측 파울 폴대 위를 넘어간 초대형 홈런이었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의 홈런 한 방으로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2-0인 5회초 타선이 폭발하며 추가 2득점을 올리며 4-0으로 달아나 야쿠르트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이후 이대호는 볼넷을 추가한 뒤 9회초 2사 1루 마지막 타석에서 오른 손바닥에 볼이 맞으며 대주자로 교체돼 화려했던 일본시리즈를 마감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이대호는 올해 일본시리즈를 완벽히 접수했다. 한 번 불이 붙은 이대호의 타격감은 식을 줄 몰랐다. 타석에 이대호가 들어서면 야쿠르트 투수들로서는 공포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1차전 4타수 3안타, 2차전 결승 투런 홈런, 4차전 4타수 3안타 4타점, 5차전 결승 투런 홈런 등 소프트뱅크가 승리를 거둔 4경기에서 영양가 만점의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5할 2홈런 8타점을 쓸어 담으며 그 누구도 MVP에 이견을 남길 수 없는 성적을 거뒀다.
특히 이대호는 팀의 4번 타자 우치카와 세이치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4번 타자 중책을 맡으면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냈고, 시리즈 도중 목 부상을 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스스로 극복해낸 결과였다.
이대호의 MVP는 일본의 텃세를 이겨내고 선정됐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일본시리즈에서 외국인 선수가 MVP에 선정된 것은 지난 1996년 트로이 닐(당
또 일본시리즈에 진출했던 한국인 선수로는 이대호가 처음이다. 이승엽(삼성) 이병규(LG) 김태균(한화) 등 최고의 타자들이 일본시리즈 무대를 밟으며 우승까지 차지했으나 MVP를 수상하지는 못했다. 이대호는 자신의 생애 두 번째 일본시리즈 우승 날 한국인 사상 첫 MVP로 자축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