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정)수빈이도 뛰는데요 뭘”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뒀던 두산 포수 양의지는 미세 골절을 입은 발가락 상태가 괜찮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양의지는 손가락 부상에도 지명 타자로 나설 외야수 정수빈을 언급했다. 웬만한 부상은 버티고 참아내고 있는 두산이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양의지의 투혼이 빛났다면 한국시리즈에서는 정수빈의 투혼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산은 지난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KBO 한국시리즈 삼성과 3차전서 5-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기록한 두산은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 두산 외야수 정수빈이 지명 타자로 나선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사진=김재현 기자 |
문제는 여전히 수비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방망이를 휘두를 때는 검지를 사용 안 해도 되지만 수비에서는 송구를 위해 사용해야 했기 때문. 결국 지명 타자로 활용만 가능한 상태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명 타자 자리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 지명 타자로 주로 나온 베테랑 홍성흔이 10경기 출장 타율 8푼7리(2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으로 부진하기도 했다. 결국 고심 끝에 정수빈의 지명 타자 출전을 결정했다.
정수빈의 투혼에 팀 동료들의 사기도 올라갔다. 민병헌도 “수빈이를 포함해 아픈 선수들이 많다. 나도 잔부상이 있지만 경기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팀원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정수빈은 그저 출전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정수빈은 이날 2타수 1안타 2볼넷 1득점으로 리드오프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특히 2-1로 앞선 5회 선두 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타일러 클로이드에 좌익선상 2루타를 뽑아낸 뒤 3루까지 진루했다. 그리고 양의지의 희생 뜬공 때 홈으로 들어와 추가 득점을 성공시켰다.
6회에도 정수빈은 바뀐 투수 심창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 1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상대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의 결정적인 실책이 나오면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정수빈의 출루가 한몫한 셈이다.
↑ 두산 외야수 정수빈이 엄지 손가락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해 출전을 자청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팀을 위해 수비 복귀도 염두하고 있다. 정수빈은 “상태가 조금 괜찮아진다면 가까운 거리부터 공을 던져보겠다. 나는 수비로 기여해야 한다. 경기 후반이라도
김 감독 역시 “정수빈은 항상 우리에게 필요한 선수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수빈의 외야 공백으로 대신 출전한 박건우까지 맹활약하면서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됐다. 지명 타자 자리에 대한 고민까지 지워준 ‘DH’ 정수빈 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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