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계속 좋은 경기를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 열심히 하면 진짜 ‘미라클 두산’이 되지 않을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번 가을야구에 미라클 두산을 완성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단 손가락을 세 개만 폈을 뿐이지만, 그의 입 꼬리가 살며시 위로 올라가고 있다.
올해 정규시즌 전적은 삼성의 우위. 두산을 상대로 11승 5패로 크게 앞섰다. 4연승과 3연승이 한 차례씩 있을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두 자릿수 득점이 5번이었으며, 25-6이라는 기록적인 대승까지 거뒀다. 이에 류중일 삼성 감독은 “(11승 5패를 했던 그 기세대로)한 번 밀어붙여봐야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30일 현재까지 기세에 눌린 건 두산이 아니라 삼성이다.
흔히들 이야기를 한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다르다고. 개인 기록이 아니라 팀 승리가 우선시되는 단판 승부는 적재적소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며. 결정적인 한방을 중요시했다. 팀도 다르지 않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180도 다르다.
↑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1패 2승을 하며 삼성보다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두산의 ‘원투펀치’ 니퍼트(6승)와 장원준(12승)은 정규시즌에서 18승을 합작했다. 유희관은 홀로 18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각각 5.10과 4.08로 매우 나빴다. 패전만 17번(니퍼트 5패-장원준 12패)이었다. 합작 승률이 51.4%에 그쳤다.
하지만 니퍼트-장원준에게 정규시즌은 ‘과거’다. 포스트시즌 들어 ‘최강’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했다. 둘은 한 번도 패전의 멍에를 쓰지 않았다. 무패의 원투펀치는 두산이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거둔 8승 가운데 6승(니퍼트 3승-장원준 3승)을 책임졌다. 이제 그 둘이 뜨면, 절대 믿음이다. 김 감독이 한국시리즈의 본격 승부를 2차전부터라고 자신한 밑거름이다.
삼성은 니퍼트, 장원준에 강했다. 삼성전 평균자책점은 4.34(니퍼트)와 6.23(장원준)으로 좋지 않았다. 삼성의 타율이 2할8푼8리(니퍼트) 및 3할1푼9리(장원준)이었으니 꽤 공을 잘 쳤다. 특히, 최형우(18타수 8안타), 박석민(12타수 5안타), 나바로(15타수 5안타), 박한이(13타수 5안타), 박해민(17타수 5안타) 등이 그 둘을 괴롭혔다.
그러나 무의미한 과거다. 니퍼트와 장원준은 한국시리즈 2,3차전에서 14⅔이닝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17을 합작했다. 삼성은 안타 9개를 기록했으나 응집력 부족, 게다가 최형우와 박석민은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1차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으로 감을 되찾았나 싶었다. 9득점은 역대 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 최다 득점이었다. 하지만 그 뒤 2경기 연속 1득점이었다. 감을 회복한 건 삼성이 아니라 두산이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2경기 연속 1득점을 한 건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2004년의 5,6차전(1-4패 및 1-0 승)이었다. 2득점 이하만 4번이었던 2011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삼성의 영광도 ‘옛 영광’이 됐다. 장원삼은 진정한 한국시리즈의 사나이였다. 삼성의 4연패를 이끌었던 2011년 이후부터는 6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23으로 ‘무적’에 가까웠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2차전서 6이닝 4실점으로 5년 만에 패전, 한국시리즈 통산 ‘2패’째를 기록했다. 그와 함께 삼성이 자랑했던 선발야구도 균열이 생겼다.
두산 타선은 식을 줄을 모른다. 3경기에서 19득점을 올렸다. 매 경기 5득점 이상을 하고 있다. 안타와 4사구를 잘 묶어 점수를 뽑는 응집력이 뛰어났다. 2년 전의 무기력 타선이 아니다. 허경민(4할→6할3푼6리), 정수빈(2할1푼7리→6할), 민병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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